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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4>

백석의 통영

by 자 작 나 무 2024. 11. 8.

2024-11-08

* 낫대들었다 : 낮에 들었다, 낮 때가 되어 장에 들어갔다.

* 홍공단 댕기 : 붉은 공단천으로 만든 댕기

* 화륜선 : 이전에 기선(汽船 -증기 기관을 동력으로 하는 선박)을 이르던 말

* 가수네 : 가시내. 여자아이

* 판데목 : 경남 통영의 앞바다에 있는 수로 이름으로 1932년 해저터널이 완성된 곳

* 서병직 : 백석은 난을 만나기 위해 통영을 찾았지만 난을 만나지는 못한다. 이때 난의 외사촌오빠인 서병직을 만나 위로를 받으며 통영의 곳곳을 동행했다. 이 시는 서병직에게 헌정된 시다.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그 시절에 백석은 평안북도에서 소스라치게 먼 통영까지 도대체 어떻게 오갔을까..... 백석이 사랑에 빠진 그 통영 여인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지금은 길이 나버린 충렬사 앞 동백이 줄지어 섰던 옛길 계단에 앉아서 행여 놓칠세라 사랑에 눈멀어 여인을 기다리던 백석을 상상해 본다.

 

산복도로가 나서 사라진 그 동백나무길을 어릴 때 봐서 어렴풋이 기억한다. 시내에서 한참 걸어서 들어갔던 명정동 골목길이 영화처럼 그려진다. 사랑에 눈멀면 그 정도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갈 수 있었던 열정이 가득했던 백석의 시집을 도서관에서 한 권 찾아서 집에 들고 왔다.

 

평안북도에서 통영까지 찾아든 백석이 란(蘭)이라고 불렀다는 박경련 씨를 만나기 위해 통영에 와서 지은 남행시초 연작 시 중에 '통영'을 옮겨 썼다.

 

통영에 살 때는 서울이 이만큼 먼 것 같지 않았는데, 오히려 여기에 옮겨온 뒤엔 서울이 멀어서 가지 못한다. 마음의 거리가 물리적 거리보다 멀게 느껴지는 곳이다. 내 마음의 크기가 더 오그라든 모양이다. 고향 바다가 그립다. 다음 금요일쯤엔 통영 친구가 퇴근하는 시간 맞춰서 저녁이라도 같이 먹고 올 수 있게 바닷가에 다녀올까. 직통 교통편 없이 다녀오기엔 번거롭고 먼 곳이 되어버린 통영을 떠올리면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 진동하는 듯 곤두선다. 

 

오늘 볕 좋은 시간에 어디든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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