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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4>

첫눈 작품

by 자 작 나 무 2024. 11. 28.

2024-11-27

역에 세워두고 갔다가 밤에 돌아와 보니 차 뒤에 눈이 소복이 쌓였다. 이런 경험도 처음이어서 신기해서 손가락 그림부터 그려놓고 사진을 남겼다.

 

출발하기 전에 앞 유리창에 쌓인 눈은 얼어붙어서 긁어내기 힘들었다. 앱으로 미리 주차 정산도 했건만, 뭔가 연동되어 결과치가 나오는데 시간이 걸리는지 주차장 차단바가 열리지 않아서 당황했다. 다행히 호출 버튼을 눌러서 해결할 수 있었다. 밤늦은 시각에 누군가 그런 것에 응대해 주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고맙게 느껴지던지......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다행히 빈자리가 있었다. 기차역에서 집까지 오는 동안 눈이 펑펑 쏟아지니까 앞이 잘 보이지 않아서 상향등을 켜고 달렸다. 차를 향해 돌진하는 눈송이가 그대로 차를 통과해서 내 몸도 통과해 버릴 기세로 달려든다. 잠시 몽롱한 상태로 자동차 불빛에 환하게 보이는 큰 눈송이를 하나하나 좇으며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눈이 펑펑 쏟아지는 것을 여태까지 살면서 몇 번이나 본 적이 있었을까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로 눈이라곤 내리지 않는 따뜻한 남쪽에서 살던 내가 이젠 눈도 펑펑 내리는 동네에서 사는구나.

 

 

 

너무 오랜만에 기차를 타봐서 어린아이처럼 괜히 신나고 재밌었다. 어두운 창밖으로 비치는 내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첫눈 내리는 날, 남에 번쩍 북에 번쩍 쇼를 했다.

 

 

*

그 사건 때문에 곧 경찰서에 진술하러 남쪽으로 동쪽으로 오가야 할 일이 있을 테니 장거리 기차 여행 연습한 것으로 좋은 경험이었다. 혼자 진술하러 가기 싫어서 미루고 미뤘는데 언제든 나를 부르기를 기다린다. 이제 때가 되었다. 

 

 

*

피곤한데 잠이 잘 들지 않아서 낮에 만들어놓은 아구볶음을 한 접시 먹고, 냉장고에 쟁여뒀던 빵도 꺼내서 구워 먹었다. 아직 개발을 시도하지 않은 청정지대와 다를 바 없는 '애교' 비슷한 종류의 기술을 연마할 기회를 마련해보고 싶었는데, 마땅한 상대를 만나지 못해서 여태 내게 그런 자질이 있는지 충분히 확인해 볼 기회가 없었다.

 

20대 후반에 나를 사랑했던 남자는 나를 '연구대상, 매력 덩어리'라고 불렀다. 서로 사랑에 빠지면 같이 제정신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게 보이거나 평소에 하지 않던 말과 행동이 저절로 나오는 것으로 믿는다. 그 이후로 단 한 번도 그런 사람을 만나거나 겪어보지 못했다. 나도 새로운 분야의 자기 계발을 해보고 싶다. (거의 술주정 수준의 진심이다.)

 

콧소리, 혀 짧은 소리, 기타 등등..... 그런 것으로 대변되는 닭살 돋는 행위가 자동발사 되게 하는 사람은 상상 속에만 존재한다. 연애 소설이라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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