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은 목욕하는 날
아침나절에 비가 오다 잠시 그친 사이 동네 목욕탕엘 갔다. 한참 목욕 중에 갑자기 황토방 쪽에서 누가 소리를 질렀다. 연기와 이상한 냄새까지 나고 사람들이 술렁거리고 순간 젖은 머리에 홀랑 벗은 이대로 뛰어나갈 순 없으니 열쇠를 찾아 겉옷이라도 한 장 걸치고 밖으로 도망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얼굴에 붙이고 있던 팩을 의식한 순간, 다행히 사태는 대피까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으로 수습되었다.
어떤 아줌마가 속옷을 찜질방에 늘어놔서 과열되어 불이 붙은 모양이었다. 연기 빼내느라 목욕탕에 있는 환풍기란 환풍기는 다 돌려서 탕 안은 이내 서늘해졌다. 나는 콧물이 얼얼해진 상태로 목욕을 끝내고 나왔다. 그런데도 한편으론 홀랑 벗고 거리로 뛰어나가는 소동까지 갔으면 더 재밌었겠다는 짓궂은 생각을 하며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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