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2일
낮에 선암사에 갔다가 오후엔 순천만에 찾아갔다. 5시 반 반까지만 입장 가능하다는데 마감 시간 30분가량 남겨놓고 겨우 들어갔다.
물이 너무 많이 빠져서 탐사선은 운항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물이 적당히 들었을 때 저 배를 타고 한 바퀴 돌아보면 재밌겠다.
용산전망대에 오르는 길은 생각보다 멀었다. 용산전망대에 도착하기 전 보조 전망대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목적지인 전망대까지는 산길을 한참 더 걸어야 했다. 해가 넘어가고 달이 뜨기 전 어두운 길을 더듬으며 걸었다. 더 일찍 서둘러 전망대 위에서 해 넘어가는 광경을 보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에 다음에 또 오자고 약속했다.
용산전망대에서는 후레쉬를 사용하지 않고는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을 수가 없을 정도로 어두웠다. 입구에서 한 시간 이상을 걸었는데 겨우 도착했다. 5시 즈음에 입장해서 중간에 사진 몇 장 찍고 전망대까지 걸어 올라가니 6시가 훨씬 넘었다. 이미 주변은 어두워서 플래시 없이 산길을 되짚어내려 오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순천만
당신이 삶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할 무렵
당신은 먹먹한 외로움에 옆구리를 쓸어 안으며 이곳 순천만을 찾아도 좋다.
그러면 더 오래된 외로움이 당신을 안아주리라.
그 텅 빈 적막에 저녁이 찾아오면
당신은 젖은 눈시울이 되어 순천만의 일몰을 바라보아도 좋다.
마침 머나먼 나라에 날아온 철새떼들이 일제히 날아오르리라.
당신은 이 대자연의 화음에 말없이 호응하면 된다.
숨죽인 채 이 광경을 바라보라.
눈을 들어 흑두루미와 먹황새의 고고한 몸짓을,
노랑부리 저어새떼들의 그 숨 막힐 듯 황홀할 군무를 바라보고,
눈을 내려 바람에 속삭이는 칠면초 군락을 쓰다듬어보라.
더 어두워져서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때
이 생명의 순롓길을 가슴속에 새겨두고 영혼의 발걸음으로 되밟아 올 일이다.
한 바퀴 휘돌아 나오는 길에 뭔지 아쉬운지 지영이가 캐릭터 인형과 사진을 찍어달란다.
발 뒤꿈치에 물집이 커다랗게 몇 개씩이나 잡혀서 잘 걷기도 힘들다는 아이를 밀고 끌고 올라갔다 왔는데 그래도 행복한 표정을 지어줘서 어찌나 고마운지.....
남긴 사진과 함께 오래 기억에 남을 하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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