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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제주 여행

시원한 바람이 불던 1100고지

by 자 작 나 무 2012. 8. 29.

7월 31일
여행 5일째. 어지간히 돌아다녔다 싶을 만큼 낮에 여기저기 다녔더니 슬슬 더위에 지쳐 한창 더운 낮에 밖에 다니기가 곤란해졌다. 날도 덥고 체력도 떨어지는 것이 노는 것도 어느 정도 체력이 되어야 탈없이 다닐 수 있는 거다.
 
생각하는 정원에 가서 점심까지 잘 먹었는데 너무 더워서 갈만한 곳이 떠오르지 않았다. 한라산에 오르자는 말도 나왔지만 준비없이 오후에 무턱대고 오를 수는 없는 곳이다.
 
 

 
그래서 아쉬운대로 한라산만큼은 아니더라도 좀 높은 곳에 가보기로 했다. 1100 고지 습지가 있는 곳으로 출발~! 휴게소 앞에 내리니 가을바람처럼 느껴질 만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차 안에서 나오는 에어컨 바람과는 다른 신선한 바람이었다. 
 
 

 

 
완전히 지쳐서 차 밖으로는 한 발짝도 못 나갈 것 같았는데 1100 고지는 시원했다. 천천히 습지 위로 내놓은 데크길로 여유를 부리며 걸었다. 전에도 와봤던 곳이지만 그래도 신선한 기분이 든다. 해마다 습지가 조금씩 줄어든다고 한다. 
 
 

 
 
 

  고산지대 습지에 자라는 다양한 식물들도 살펴보고 물에 비친 하늘도 보고..... 잠시 더위를 피해 여유롭게 산과 하늘을 바라보았다. 모든 것이 다 아름답게 보였다.  
 
 

물 위로 스키를 타고 미끄러져 다니던 작은 벌레나 선선한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던 잠자리, 보랏빛 엉겅퀴에 앉아 노닐던 호랑나비..... 모두 제자리에서 자연의 일부로 삶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일상에 지쳐 여행을 생각하고 여행길에 문득 도망치듯 떠나오고 싶었던 현실을 생각해보게 된다. 큰 문제가 없어도 삶은 언제나 불안정하고 부족한 것 투성이로 느껴진다. 하지만 원래 그런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해 버리자고먼 여행지에서 간단히 생각을 정리해보기도 한다.
 
 너무 뻔한 것 같은, 더는 새로울 것도 없을 것 같은 중년의 위기같은 시간을 보내면서 내게 겨우 숨 쉴 틈을 마련해 주는 것이 어디론가 낯선 길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더위를 피해, 반복되는 일상을 피해, 그대로 머물면 곪을 것 같은 머릿속의 자잘한 상처들을 날려버리기 위해 언제든 길을 떠날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삶의 이유를 만들고 살아낼 수 있다면...... 더 많은 핑곗거리가 나를 삼켜버리기 전에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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