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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03~2009>/<2005>

피곤한 주말

by 자 작 나 무 2005. 8. 27.

컴퓨터 앞에 조금만 오래 앉아 있으면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나고 피곤해진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몸을 은근히 많이 학대해온 모양이다. 조금 길게 앉아서 컴퓨터를 들여다보면 눈이 그대로 빠져나올 것처럼 아프다.

한동안 또 뜸해져야 한다는 말인데 슬슬 밖으로 나돌던 기분이 방 안에 틀어박혀 있는 것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낮에 나다니고 싶어도 피곤해서 나갈 수가 없다. 오후 늦게 어쩔 수 없는 두통을 잠재우기 위해 눈을 좀 부친 후에야 아이가 오면 사람 구실을 할 수 있을 만큼 요즘은 피곤하다.

밤엔 생각이 길어져서 잠을 못 자고 몸은 헛열에 들떠 자꾸만 화닥거린다.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으레 연말에 하던 학예발표회를 올해는 어쩐 일인지 10월에 하기로 해서 토요일에도 연습을 시킨다고 결석시키지 말라는 당부가 있었다.

한동안 이전처럼 가끔 금요일 밤에 탈주하듯 집을 빠져나가긴 틀렸다. 그래서인지 머릿속에서 과열된 전열기에 스파크 이는 것처럼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어제 가만히 생각해보니 바다보다는 산이 보이는 곳으로 어디든 가고 싶어졌다.

그런데 몸이 단련되어 있지 않아서 산행하려면 차근차근 운동해서 체력단련을 해두어야 할 것 같다. 9월부턴 자격증 하나를 위해 나름대로 시간을 투자해야 해서 취업하기도 어중간하고 이러다 잘못하면 또 떨거지가 되기 십상이라 어찌해야 할지 난감해 며칠째 취업란을 뒤지다 열 받아서 오늘은 정말 스파크가 제대로 일었다.

컴퓨터 앞에 앉는 것이 너무나 피곤하게 느껴지면서도 틈만 나면 전원을 넣게 되는 것은 이젠 블로그에 대한 어떤 미련보다는 '그 사람'을 찾아야겠다는 일념이 강해져서인 것 같다. 찾아도 별 뾰족한 수는 없겠지만 그간 궁금했던 것들을 시원하게 물어볼 수는 있을 테니 일단은 확인해야 한다.

아... 그런데 홈피를 봄에 만들어 놓고 한동안은 그도 누군가 찾아주기를 바라서 더러 접속도 했었겠지만 그렇게 또 6개월가량의 시간이 흐르고 보니 그렇게 해서 사람을 찾는 데도 지쳐서 잊어버렸을 법도 하다.

나도 이렇게 며칠은 매일 접속해서 체크를 하겠지만 얼마 못 가 매일 접속하는 번거로움이 싫어서 더러 잊어버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모습이 어떻게 변했거나 그때 내 마음속에 자리 잡았던 그 감정들이 갈수록 선명하게 기억나고 때론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렸다 현실로 돌아오곤 한다.

인생이란 내겐 참으로 이야깃거리가 많은 드라마다. 어쩌면 이 나이에 이렇게 사연 많은 사람이 되어있는지.... 그래도 아무 일 없이 심심하게 사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하고 싶다. 변화가 있어야 발전하는 법이고 호되게 깨져서 새로워지고 나아지는 게 다반사니 나도 그사이 많은 사람을 겪으며 배운 것이 적진 않았던 것 같다.

사람에 대한 나의 태도...... 회피하는 듯하면서도 저변엔 사람을 믿어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혹여나 나를 속이더라도 일단은 믿어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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