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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03~2009>/<2005>

울타리

by 자 작 나 무 2005. 9. 6.

 

 

 

 

 

산 저 너머엔 햇살이 드리웠던 모양인지 해가 넘어가기 전 하늘빛이 온통 보랏빛으로 변했다. 창 너머로 붉은 기운이 드리는 것을 보고 우산 쓰고 나가서 조금 전에 찍은 사진.(2005년 9월 6일 오후 7시 현재)

 

이토록 아름다운 광경을 보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뛰고 눈물이 난다. 힘들고 서러운 생각 다 잊어버리고 그저 고마운 마음으로 살아가야지..... 자꾸만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에 몸살을 앓는 자신을 나무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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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이 아무리 거세게 몰아쳐도 집안에 있으니 나와는 상관없는 일처럼 웅웅거리며 창을 때리는 소리만 들릴뿐이다. 나는 젖지 않는다. 태풍 때문에 울타리 안에 있는 편안함과 안도감을 여느 때보다 몇 곱절 진하게 느끼게 된다. 이런 싸구려 월세방도 구하지 못해 노숙하는 사람도 있는데 비 안 새는 집에 안전하게 다리 뻗고 있을 수 있으니 이만하면 됐지 않나.....

 

지친 몸을 편안히 쉬게 하고 누일 수 있는 집이라는 울타리처럼 마음을 기대어 쉴 수 있는 울타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부모 그늘 아래에서 느끼는 안온함. 나 혼자 모든걸 해결하고 헤쳐나가야 한다는 두려움이 반감되는 내 편이 되어줄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험하게 태풍부는 날 방 안에서 비바람 치는 거리를 보며 느끼는 상대적인 안온함을 느낄 수 있을 테니 이런 날 훨씬 덜 불안할 것이다.

 

놀라고 무섭고 힘들 때 눈물 찔끔거리며 약한 모습 보이며 안겨들면 편안한 품. 가족. 태풍부는 날 방안에서 온종일 그 생각을 곱씹게 된다. 아이가 돌아와 내 품에서 편안해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어딘가 기대고 싶은 마음에 괜히 울먹이게 된다. 아무 일도 없었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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