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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03~2009>/<2005>

만남 2

by 자 작 나 무 2005. 9. 9.

추석 지나고 그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다. 학원을 운영하는 한 녀석은 너무 바빠서 전화나 문자도 없고, 취업시험 공부 중인 한 녀석은 그래도 가끔 전화해준다. 그 전화가 언제나 반갑고 고맙다.

 

오래전이고 그리 오랫동안 알고 지낸 것은 아니어도 참 좋았던 때 좋은 인연으로 알게 되어서인지 그때의 기억으로 고정되어 있어서인지 그들에 대한 생각은 늘 기분이 좋다. 다만, 그사이 참 맥없고 부실하게 변한 나를 드러내어 보여줘야 한다는 게 부담스러워 여태 본의 아니게 사람들을 피해 다닌 것처럼 그들에게서도 그리움의 테두리 내에 있으면서도 피해 다닌 셈이었다.

 

내 평생 이렇게 사람들을 피해 다닐 수는 없으니 그리웠던 사람들은 어떻든 만나고 싶다.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그냥 한 번 만나고 옛날이야기 한 번 나누고 언제나처럼 헤어져 또 기억 속에 파묻혀 버리게 되진 않을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나에겐 친구가 필요하다. 진짜 만나서 편안하게 이야기하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다. 한때는 스승과 제자였지만 이젠 친구가 될 수 있는 나이다. 이제 열흘 남짓만 지나면 11년이라는 세월을 넘어 그들을 만날 수 있다.

 

참 예뻤다. 까까머리 중학생들이 내 눈에 그땐 참 예뻤다. 내가 중학교 때 짝사랑하던 총각 선생님을 길에서 우연히 그때로부터 13년 후에 만난 적이 있다. 그리고 중학교 1학년 때 꿈꾸던 선생님과 데이트를 했었다. 그리곤 동기들 만나면 그때 이야기하면서 자랑하곤 했다. 그 선생님이라면 죽고 못 살 정도로 끔찍하게 오랫동안 좋아하던 애들도 있었다.

 

그 이후 수년간 아주 가끔이라도 더러 그 선생님께 안부를 전하거나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지만 꼬맹이 때 교단에 섰던 그 총각 선생님에 대한 환상을 더 깨는 게 싫어 너무나 현실적인 선생님의 모습에 더 실망하고 싶지 않아 그 모든 걸 멈추어버렸다. 나도 그들을 만나면 그때 어떤 환상을 가지고 나를 대했는지 묻고 싶다. 그들도 어쩌면 별 볼 일 없이 사는 내 모습에 실망할지도 모르고 여리고 힘없는 내가 한심해 보일지도 모른다. 항상 강인하고 의지할만한 곳이라 생각했다면 그러기에 내 가슴은 너무 좁다. 그래도... 나는 그들과 다시 만나게 된 이상 평생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고, 좋은 관계를 앞으로도 유지하고 싶다.

 

내 나이에 그들 세대와 자연스럽게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다른 계기가 생기기 어려운데 그때 교단에서 학생으로서 그들을 만나 인연을 맺은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얼마나 반갑고 기쁠지 그날이 기다려진다. 추석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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