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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03~2009>/<2005>

When the love falls

by 자 작 나 무 2005. 9. 13.

* 2012년 10월 24일 옮기면서

글을 읽어보니 2005년에 어느 사이트에서 잊지 못하던 사람과 꼭 닮은 사람을 발견하고는 동일인인 줄 알고 속을 앓을 때 썼다. 그 사람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이름과 나이와 생김새까지 비슷했던 그 사람을 나중에 만났다.

그 사람은 내가 찾던, 혹시나 하고 기다리던 사람이 아니었다. 결국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님을 다시 확인하고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던 막연한 기다림을 지우는 계기가 되었다.

 

 

 

 

 

바람이 분다. 곧 비도 한줄기 하겠다. 빗소리와 섞인 피아노 연주를 듣다 머릿속이 정전됐다. 현재 시점의 모든 생각이 일시에 전원이 꺼지고 한참을 꼭꼭 닫아두었던 묵은 기억들이 그 틈을 타서 부활한다.

 

부슬부슬 비 오는 날 잠시 함께 걸었던 길마저도 잊지 못하고 있었던 내가 어찌 다른 사람을 온전하게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품었을까. 추억은 추억일 뿐이라고 묻고 닫았던 기억들이 피아노 선율 따라 새록새록 피어오른다.

 

한류로 더 유명해진 '겨울연가'를 보면서도 그때 생각들을 하며 가슴을 움켜쥐고 울었었다. 머릿속이 아득해지면서 쓰러질 것 같아 도리질해대던 그 드라마에 최지우의 주제곡으로 쓰여서 더 귀에 익은 이 곡. 들을 때마다 나도 그녀처럼 한순간 시야에서 사라진 사랑에 대해 안타까움에 눈시울이 촉촉이 젖어 들곤 했다.

 

그 드라마 못지않은 반전이 내 인생에도 벌어지고 있다. 살아있다면 언젠가 다시 만나리라 생각했겠지만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이라 여겼던 그의 생존은 역시나 충격이었고, 그의 사진을 발견한 순간부터 여지없이 과거로 회귀하는 내 감정은 걷잡을 수가 없었다.

 

사진을 프린트해서 벽에 붙여놓고 말을 걸어본다. 그는 여전히 대답이 없다.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언제 그 홈피를 열어보게 될지도 알 수가 없다. 어쩌면 다시는 거길 열어보지 않을지도 모른다.

 

행여 다시 만나게 된들 다시 그를 마음에서 내려놓아야 할 더 진한 서러움을 맛보아야 할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사진을 보면 웃음이 난다. 그리고 곧 눈물이 핑 돈다. 그를 만나면 왜 나를 그렇게 버려두고 여태 나를 찾지 못 했냐고 울부짖기라도 할 것 같았다가 다 소용없는 일이니 아무 말 없이 미소만 지을 것 같다.

 

이메일 주소라도 열어두었더라면 답답하게 기다리지만 않고 편지라도 띄워 보았을 텐데 매일 몇 번씩 그 사이트를 열어보고 매번 허퉁해지는 가슴은 나날이 깊어져 가는 가을날 오후 석양 앞에 선 쓸쓸한 빈 바람 같다. 사진 속의 그는 편안해 보였다. 굳이 내 생각 따위를 꺼내어 되뇌며 그리워하지도 않았을 것 같다. 나도 이러다 어느 날은 다시 시작된 기다림에 지쳐 애써 그리움을 지우려 하진 않을까.....

 

추억은 추억일 뿐일 텐데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해 안타까움이 긴 세월 동안 나를 이토록 강하게 붙들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겠지. 한창 눈멀고 마음 멀었을 때 내 모든 것들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을 것 같은 그 마음이 진정 사랑이라고 믿고 깊이 새겨졌기에 내내 그가 내 그리움 속에 남아 있었겠지.....

 

그때처럼 시름시름 앓는다. 숨쉬기도 어려울 정도로 힘들었던 통증이 가슴을 쿡쿡 쑤신다. 사랑이 주는 희열만큼이나 강렬했던 이별의 아픔이 서로 뒤엉켜진 채 가을비 내리는 오후 날궂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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