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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03~2009>/<2005>

옛친구를 만나다.

by 자 작 나 무 2005. 9. 20.

내일 만나기로 약속해놓고 무어 그리 마음 급한지 둘은 한밤 중에 찾아왔다. 바빠서 둘이 시간 맞추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11시 넘어 집 앞까지 왔는데 돌아가라고 할 수도 없고, 역시 청춘은 청춘인가 보다. 나도 그렇게 졸리던 눈을 비벼 뜨고 나가서 졸지 않고 꿋꿋이 잘 견디다 왔다. 

 

내일 함께 남해 금산에 갈 계획이었는데 보름달이 구름 속에 가려진 어둠 속에서 내가 살고 있는 섬 한 바퀴를 돌았다. 11년 만의 해후가 그들에게도 꿈결처럼 아득한 느낌으로 남을 것이다.

 

만나서 제발 그 말만은 하지 말아달라 부탁했건만, 한 녀석이

"선생님, 많이 늙으셨네요..."

라고 놀려서 만나자마자 등짝을 후려쳤더니 나중엔 마지못해 한 녀석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안 변하셨네요..."라고 말해준다.

"짜식들 니들은 안 늙을 줄 아냐?"

 

딸은 차 안에서 잠이 들고 우리는 자리를 옮겨가며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내일 아침 수업이 있다는 말을 듣고 신경 쓰여서 쫓아 보낸 긴 했지만 피곤함보단 짧은 만남이 아쉬웠다.

 

 

 

 

 

낮에 왔으면 밥이라도 한 끼 사먹여서 돌려보냈을 텐데 너무 늦은 시각이라 자판기 음료수, 커피만 연거푸 마셔댔다. 한 살씩 더 먹을수록 사는 게 만만하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는 그 친구들의 말에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또 그렇게 함께 모이긴 어렵겠지만 그때의 인연으로 다시 만나 어느덧 청년이 된 쌈박한 남자 친구 둘 새로 생겼다 생각하기로 했다. 밤늦게 찾아온 죄로 밤새고 이야기하기로 했는데 체력전에 불리할 것 같아 등 떠밀어 보내 놓고 집에 돌아오니 눈이 절로 붙는다. 

'나이 먹은 거 맞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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