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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03~2009>/<2005>

가을 저녁

by 자 작 나 무 2005. 9. 18.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으러 집에서 가까운 레스토랑엘 갔다. 어지간한 식당은 다 문을 닫는 날이니 거기서 밥 먹기에 핑계도 적절했다. 명절 식탁을 차릴 음식을 장만하기 위해 시장을 본 것도 아니었고 기름 냄새 풍기며 튀기고 굽고 하여도 둘이서 얼마 먹지도 못하는데 차라리 한 끼 맛있게 사 먹고 나머진 적절하게 끼니 때우기를 하는 게 오히려 훨씬 기분 좋을 것 같다는 계산 하에 비 떨어지기 전에 산책 삼아 나섰다. 작년 추석에도 여기서 저녁을 사 먹었다.

 

 

 

 

 

 

 

 

 

 

음식 주문해놓고 기다리는 동안 우리 모녀의 취미이자 특기인 주책 셀카 찍기

 

   

 

다른 자리가 다 차서 창가에 나란히 두 좌석이 있는 곳에 앉았다.

 

 

 

우리가 앉은 창가 자리에선 바다가 저렇게 내려다보였다.

저 앞에 보이는 곳이 내가 사는 동네다.

매일 보는 바다를 이렇게 위에서 내려다보니 기분이 새롭다.

 

 

 

 

 

귀에 익은 잔잔한 가요들이 흐르고 식사 중에도 흥얼흥얼 따라부르기도 하며

홀짝홀짝 레드 와인 몇 모금을 마셨더니 그것도 술이라고 취기가 오른다.

 

 

 

 

 

 

 

 

 

 

 

 

달 뜨면 달구경 나갈 참이었는데 비가 떨어진다.

구름 속에 가린 달님에게 올해는 무슨 소원을 빌어볼까....

 

'다시... 사랑하게 해주세요.'

그리하여 이 모든 괴로움을 다시 또 한 번.....

 

아직도 마음은 현실을 등지고 마냥 철없는 청춘이다.

아무런 희망도 품지 못하고 한물간 물고기처럼 세상을 보는 것보단

유치한 색감에 아직도 눈멀 수 있다는 것이 축복이라 생각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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