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귀샤임에서 점심을 먹고 한낮의 더위를 잠시 피한 뒤 니데르모르쉬비르를 찾아갔다. 와인 가도에 위치한 마을들을 포도밭 사이로 난 길들을 가로질러 찾아가게 되니 가는 길도 내겐 다 구경거리다. 일본의 무슨 드라마인지 영화 촬영지라 일본인에게 인기 있는 마을이라는 '니데르모르쉬비르'는 정말 포도밭 사이에 있는 작은 마을이었다.
이 좁은 길을 따라 걸으면 다음 와인 가도의 마을이 나오는 모양이다. 더워도 내려서 걷고 싶었는데 일행들은 차에서 내리지도 않았다.
마을을 가로질러 지나는 길을 따라 잠시 드라이브만 한 뒤 다음 목적지인 '리크 뷔르'로 향했다. 나름대로 느긋하게 코스를 정한다고는 했지만 실제로 다니다 보면 시간이 촉박하거나 볼거리를 천천히 보며 즐길 여유가 부족한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는 렌터카를 이용해서 기차나 버스를 기다리며 시간을 맞추거나 가슴 졸이는 일이 없어서 편안하고 여유 있게 다니는 중이었지만, 날이 더우니 딸이 내려서 걷기를 귀찮아하면 나도 어쩔 수 없이 사진 몇 장 찍고 다음으로 이동하는 수밖에 없다.
작은 포도알들이 옹골차게 달린 포도밭 사이로 혼자 휘파람을 불며 걷는 상상을 해봤다. 유럽 출신 작가들이 쓴 동화 속에 나오는 장면들을 연상하면서 사진 한 장을 놓고 걸어보고 싶었던 아쉬운 길들을 그리워한다. 그때 사진을 찍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나중에 너무 아쉬운 생각이 들 때 펴놓고 포도밭 사진이라도 봐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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