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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10~2019>/<2015>

옛날 사진들

by 자 작 나 무 2015. 7. 30.

옛날 사진들을 꺼내 봤다. 나는 참..... 예쁜 것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자신에 대한 기준이 나름 엄격하고 까다로웠던 내가 외모에 대한 엄청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공부를 열심히 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까지 들었다. 옛날 사진이니까 촌스러울 수도 있다지만, 그게 정도를 넘어선다. 

 

대학 다닐 때 나더러 예쁘다는 알량한 말로 나를 꾀려 한 나쁜 남자들은 다 사기꾼이었다. 자주 듣다 보면 진짜인 줄 착각하게 되는 순진한 나이였으니 내가 몹시 나쁜 인물은 아닌 줄 착각할 때도 있었다.

 

가끔 예쁘게 나온 사진도 있었지만, 20년 전에 어떤 중2 남학생들이 내 사진첩에서 그나마 좀 나아 보이는 건 다 빼가서 남은 게 없다. 그게 좀 억울하다. 그나마 좀 나은 게 그것뿐이었는데.

 

항상 어머니가 골라주시는 옷만 입다 보니 내 스타일이란 것도 없어서 옷차림도 수수하다 못해 헙수룩하고 촌스러움의 극치다. 지금의 내 모습도 나중에 보면 그렇게 보일인지도 모른다. 

 

그나마 내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만큼 작게 나온 사진 몇 장을 찾아서 딸이 폰카메라로 찍어준다. 언젠가 저 사진도 다 어디로 사라질지 모르니까 찍어서 보관하란다. 딸이 사진을 보고는 촌스럽게 머리는 왜 짧게 하고 다녔냐고 또 흉을 본다. 머리 짧게 자르면 같이 살지 않겠다고 으름장도 놓는다. 아이고 무서워라~ 

 

내가 머리를 계속 기르는 이유는 웃기게도 딸 때문이기도 하다. 미장원 자주 가기 싫기도 하지만, 딸이 내 머리카락이 짧으면 못나 보인다고 머리를 기르라고 한다. 딸의 안목을 믿어보기로 한다. 그래서 나더러 예쁘지 않으면 예쁜 척이라도 좀 하라고 하는 모양이다.

 

 

 

고1이었을 때 집 뒤에 있던 불교회관에서 어떤 스님께 붙들려서 처음으로 다도를 배우고 참선 지도를 받았다. 이후에 불교학생회에 가입해서 절에 다니기도 했다. 그땐 잘 모르면서도 뭔가 정신세계가 진화하거나 어떤 단계를 넘으면 뭔가 다른 세상이 있거나, 다른 존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저 사진은 고2였을 때였나 보다. 그해 여름에 출가한다고 가출도 했었는데 언제 저런 수련회에 앉아 있었는지..... 옆자리에 앉았던 후배가 나에게 계속 고민 상담 편지를 보냈던 것이 기억난다. 참 맑고 순한 아이였는데 지금은 어디선가 중년 아줌마가 되어 잘살고 있겠지.

 

 

 

대학 졸업 사진. 우리 과는 우리 학년 정원이 10명이었다. 임용고시가 생기기 전에 마지막 국립사대 전액 장학생으로 들어가서 부모님이 좋아하셨다. 졸업 후에 동기들을 만난 기억이 거의 없다. 동기들 결혼식에 두 번 갔고, 그중 한 친구가 학교 그만두고 서울로 시집가서 서울 신혼집에 놀러 갔던 것이 마지막이었나 보다.

 

1학년 땐 내가 제일 먼저 시집갈 것 같고, 연애 제일 잘할 것 같다고 다들 그랬는데 나는 그 분야에 제일 소질이 없었다. 제일 얌전하던 친구가 제일 먼저 연애하고 시집도 빨리 갔다. 보고 싶긴 한데 오랜만에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스물다섯 살에 피시통신을 시작했다. 그리고 천리안, 나우누리 등 통신사를 이용하면서 게시판에 글도 쓰고, 지금의 카페와 같은 동호회 활동을 했다. 천불동, 나우누리불동, 천리안 문화유산답사동호회는 모임에도 자주 참석했다. 저 사진은 천불동보다 규모가 좀 작아서 친근한 사람들이 많았던 나우누리 불동 수련회 사진이다.

 

저 때 내 나이가 스물여덟이었는지, 스물일곱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동호회 대표를 시솝이라고 불렀던 시대였고, 통신 단말기에 전화선을 꽂고 컴퓨터의 모뎀과 연결하여 한 줄씩 올라가던 파란 화면으로 미지의 대상과 다양한 대화를 즐기던 시대였다. 내가 갑자기 그 세계에서조차 증발하게 된 그 날 이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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