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에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곧장 통영을 빠져나가서 방학맞이 콧바람을 좀 쐬고 돌아와서는 학교 가지 않는 딸의 삼시세끼를 책임져야 하는 식당 아줌마가 되어버렸다. 한 끼도 제 손으로 찾아먹으려 하지 않고, 매끼니 마다 새로운 맛있는 음식을 해달라고 조른다. 어제는 뭔가를 먹으면서도 계속 이것이 먹고 싶다, 저것이 먹고 싶다 노래를 불러서 밤중에 동네 마트에 한 번 더 다녀와야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재료로 만들어준 음식을 이것 저것 먹고도 성에 안차는 모양이다. 삶은 닭이 먹고 싶다길래 밤에 장봐다가 오늘 아침부터 닭을 삶았다. 점심은 냉우동을 해달란다. 양배추를 넣고 코울셀러를 해서 며칠 전에 만들어놓은 쯔유를 활용한 냉우동이랑 한 끼를 해결했다. 내일 먹을 메뉴도 미리 언질을 해놓는다. 내일은 순대국이랑 오늘 삶은 닭 남은 것 넣고 닭죽을 끓여달란다. 식당 아줌마가 되어 충실하게 음식준비를 해달라는 것이다. 다이어트한다고 하더니 도대체 이건 무슨 경우란 말인가! 하루 종일 집안에서 붙어 지내니까 잔소리를 해야 하니 피곤하다. 오늘도 저녁 먹고 아예 초저녁부터 소파에 덜렁 드러누워 자다깨서는 열심히 거울을 보고 있다. 한 시간은 거울을 들여다봐야 끝날텐데..... 입이 근질근질하지만 참는다. 내일 개봉하는 '미션 임파서블'을 보러 가고 싶은데 잘나신 따님이 우리동네 영화관은 화질이 별로라서 영화보기 싫다해서 또 주말에 어디든 다녀와야 할 모양이다. 3D나 4D 영화보러 대전까지 가끔 다녀오곤 한다. 전에 '매드맥스'도 3D로 봤더니 확실히 액션영화는 실감나서 좋긴 하던데 이번엔 어디로 가야하나..... ** 낮에 딸 앉혀놓고 수학문제 풀 때가 제일 좋다. 일에 집중하는 동안은 아무 생각도 나지않는다.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다이어트도 열심히 하던데 나는 그런 사소한 것도 하나 독하게 못한다. 그 정도 절실하지 못한 탓일지도 모른다. 나잇살이라고 우기기 싫은 이제는 제법 우람해진 이 체구를 다시 돌려놓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굶어서 살을 빼거나 하루에 몇 시간씩 운동하거나 그런 치열함은 나와는 거리가 멀다. 욕심은 있고 과정은 귀찮아 하는 내 딸이랑 다를 바 없다. 사흘째 딸이 운동을 하고 있다. 일단 작심삼일은 달성했고, 내일은 어떨지 두고봐야 한다. 곧 가을이 되면 졸업사진을 찍게 될 것인데 그때 사진이 뚱뚱하게 나오는 게 싫은 모양이다. 나는 학생일 때는 항상 저체중이었다. 많이 먹어도 살이 안찌는 체질이었는지, 그 만큼 많은 활동을 했던 것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살이 쪄본 적이 없다. 그래서 평생 날씬할 줄 알았다. 날씬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말거나, 열심히 운동하거나 둘 중 하나는 선택해야 한다. 괜히 먹으면서 스트레스 받을 필요 없는데 먹고 싶은 것 먹고, 맛있게 잘 먹으면서 살찔까봐 걱정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 |
흐르는 섬 <2010~2019>/<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