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동안 물 안나오고, 보일러 고장난 상태로 집안에 있었더니 집도 엉망이고 나도 엉망이었다. 물이 얼어서 나오지 않은 게 아니라, 1층에서 건물주가 리모델링 공사하면서 양수기 관리를 잘못해서 인부가 실수로 전원을 꺼놓고 열쇠 들고 집에 가버리기도 하고 벗겨서는 안되는 피복선을 벗겨버리기도 하고 매번 어처구니 없이 물 안나오는 사고를 일주일에 한 번씩 겪고 있다. 월요일 아침, 지영이는 개학인데 학교에 가지 않고 지역인재교육원 기숙사로 일찍 가서 머리를 감고 일과를 시작했다. 난 전기장판에 들러붙어서 이불 속에서 웅크리고 물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보일러 수리기사는 통영시내 곳곳에 보일러 수리를 하고 오후 늦게야 우리집에 왔다. 혹한으로 인한 피해가 아니라 하필이면 날맞춰서 제일 추웠던 날에 그냥 고장이 난 것이다. 그리고 때마침 양수기 고장인지 전원을 꺼버린 것인지 이틀간 물도 한방울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토요일 밤늦게라도 음식을 이것저것 만들어놓은 다음이어서 다행이었다. 보일러 수리가 끝난 뒤에 나현이네에서 같이 저녁을 먹자며 나를 데리러 와줬다. 추우니까 집에 와 있으라고 몇번 전화를 받고도 보일러 수리기사를 기다려야 한다고 집에서 계속 버티고 있었다. 시장에서 각굴을 많이 사와서 나현이네에서 쪄서 함께 먹었다. 따뜻한 집에서 따뜻한 음식을 먹고나니 이틀 동안 긴장되고 힘들었던 것인지 갑자기 피로해졌다.
기숙사에서 잘먹고 있겠지만 밖에서 맛있는 것 먹으니 딸 생각부터 났다. 나현이 엄마가 다음에 또 굴 사서 딸오면 한번 더 함께 먹자며 내 기분을 달래줬다. 세월이 지나도 한결같고, 참 좋은 사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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