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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길 위에서<2016>

벚꽃이 피기 시작한 섬진강 테마로드

by 자 작 나 무 2016. 3. 28.

오늘 여행은 예정에 없던 걸음이었습니다. 딸이 교과서 한 권 안 가져왔다고 학교에 점심때 갖다 달라는 부탁을 해서 교과서 갖다 주러 나갔다가 날이 너무 좋아서 진주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진주에 도착할 무렵 섬진강에 꼭 가야겠단 생각에 다시 하동행 버스로 갈아탔지요.

 

 

하동버스터미널은 정말 작고 버스연계가 잘 되어 있지 않아 교통편은 다소 불편합니다만, 기차역도 있으니 기차가 다니는 동네에서 오시는 분들은 덜 불편하겠지요. 일단 터미널에서 커피 한 잔을 사서 카페창을 열어 놀러 간다고 자랑을 일장 한 다음 커피를 들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바로 택시를 타고 하동 호암마을에 있는 오래된 단골 음식점부터 찾아갔습니다. 청국장 전문점이지만, 재첩정식, 비빔밥 등 다른 메뉴도 맛있게 잘하는 곳입니다. 호암마을을 걸어나오며 도로변 거울셀카 한 장 찍어줍니다. 오늘은 아무 생각 없이 흠집난 똑딱이 디카를 들고 나왔습니다.

 

 

 

 

 

간 크게 차 없다고 길 한복판에도 서봅니다. 어쩐지 짜릿하지만 이러다 큰일나는 수 있으니 따라 하기는 금물~ 곧 이 길이 쌍계사 벚꽃놀이 가는 상춘객들로 꽉 막힐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호암마을을 뒤로 하고 새로 난 도로를 건너 강변으로 갑니다.

 

 

일부 구간은 공사중이라더니 여기가 그 구간인지 길을 잘 찾지 못해 남의 배밭을 헤매고 다녔습니다. 배나무 아래 흙이 아주 폭신폭신한 것이 발이 푹푹 빠지는데 기분이 아주 싫진 않았습니다.

 

 

아름다운 길은 말없이 보기만 해도 참 흐뭇해집니다. 사진이 다소 많지만 오늘 한적한 곳에서 만난 이 아름다운 풍경들을 빠짐없이 보여주고 싶어서 욕심껏 올렸습니다. 그리고 사진을 고를 수가 없다는 문제점도 있고요. 어떤 것이 좋은지 구분이 안 돼요.

 

 

섬진강변에 조성해 놓은 100리 테마로드를 찾아 들어간 뒤 평일이라 아무도 없어서 혼자 전세 낸 듯 호젓함을 즐기고 왔습니다. 정말 끝까지 아무도 없더라고요.

 

 

 

 

청국장 한 그릇을 너무 배부르게 먹어서 들고 갔던 커피를 내내 손에 들고 다니며 한 모금씩 홀짝거리듯 마셨습니다.

 

 

 

 

제주 올레길에도 이런 아치형 다리가 더러 있더니 이곳에도 예쁜 다리를 만들어놨네요.

 

 

바닥에 떨어져 있는 이것은 꼭 벌레 같지만 나무 열매나 새잎인가 봅니다. 역시 새로 나온 연두는 꽃보다 예쁩니다.

 

 

새로 올라온 여린 연둣빛이 고와서 자꾸만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됩니다. 

 

 

 

 

 

강변에 선 배나무에 배꽃이 피려고 벌써 꽃봉오리를 맺었습니다. 배꽃은 푸른빛이 돌도록 하얀 꽃이 핍니다. 

 

 

 

 

 

 

 

 

 

 

 

 

 

 

 

 

 

 

 

 

 

벌써 벚꽃이 이 만큼이나 피었습니다. 매일 이 길을 한동안 걸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섬진강은 물도 사람에게 말을 건네는 것만 같습니다. 어쩐지 아련한 느낌이 듭니다. 아주 오래전에 한 20여 년 전에 하동을 지나 구례로 가는 길을 달리며 섬진강물을 보며 누군가 늘 울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만..... 그 누군가는 갑자기 저 세상으로 떠난 첫사랑을 못 잊어하며 10년을 이 근방을 헤매고 다니다 꼭 10년이 지난 후에야 말끔히 잊었다고 합니다.

 

 

 

 

 

 

 

 

 

 

 

 

 

 

 

저 멀리 재첩을 파고 있는 사람이 눈에 띕니다. 제가 지나가니 뭐라고 한 마디씩 소리를 외치는데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손이라도 흔들어줄 걸 그랬나 봅니다.

 

 

 

 

이 커피 잔과 터미널까지 계속 동행했습니다. 꼭 배구공 윌슨 같이 느껴져서 말도 걸어보고 말이지요.

 

 

 

 

 

 

 

 

 

 

 

 

 

 

 

 

 

 

 

 

 

 

통영엔 어떤 길에 굴껍데기를 부셔서 깔아놨는데 여긴 재첩 껍데기를 깔아놨습니다.

 

 

 

 

 

 

 

 

 

 

 

 

 

 

 

 

 

 

 

 

 

걷다 보니 건너편에 지난번에 갔던 광양군 다압면 매화마을이 보입니다. 축제소리로 건너편까지 소리가 들립니다.

 

이 길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내일 또 가고 싶을 것 같고, 그다음 날도 또 가고 싶을 것 같은데 어찌 견딜지 모르겠습니다.

 

 

 

 

어여쁜 꽃들이 서로 봐달라고 아우성입니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증명사진 한 장씩 찍어주고 지나갑니다.

 

 

 

 

 

 

 

 

 

 

 

 

 

 

 

 

 

 

 

여기 정도 오면 화장실 한 곳은 있을 줄 알았는데 무량원에서 먹은 숭늉 한 사발에, 커피 한 통까지 완전히 방광을 압박해서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게다가 통영까지 연계될 버스를 타려면 진주 가는 버스를 냉큼 타야 할 시간이기도 했고요.


 

 

 

여기서부터는 강변이 아니라 찻길 옆으로 길이 나있습니다. 몇 해 전만 해도 강둑에 아주 보기 좋은 흙길이었는데 자전거도로화 하느라 시멘트를 바르고 밖으로 아무 데서나 빠져나갈 수도 없게 만들어놨습니다.

 

 

어쩔 수 없이 버스든 택시든 타려면 이 길에 감금된 채로 한참을 걸어야만 합니다. 출구가 원하는 곳에 나있진 않거든요. 끝없이 시멘트길을 걸어야 하니까 슬슬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화장실이나 쉼터에 하나 만들어놨으면 참  좋았을 텐데요.

 

 

 

 

어쨌든 너무나 행복한 걷기 여행이었습니다. 한동안 일없는 날엔 벚꽃이 다 피고 질 때까지 남은 섬진강 테마로드도 걷고, 이 길도 다시 걸으러 가야겠습니다.

 

택시를 타고 하동터미널에 도착하니 6시 50분 진주행 버스가 출발하기 일보직전이었습니다. 버스도 택시도 하염없이 기다려도 잘 오지 않는 곳이라서 정말 매번 갈 때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거 하나는 정말 아쉬운 곳입니다. 

 

터미널에서 터질 것 같은 방광을 달래주러 뛰어가서 정말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다시 뛰어갔는데 버스가 눈앞에서 그냥 가버립니다. 인터벌이 길어서 한 시간 내지 50분 간격이라 다음 버스를 거의 한 시간 또 기다렸다가 진주에 도착하니 통영 직통 버스는 한 시간 전에 끊어졌고, 거제까지 가는 완행버스 막차가 떠나기 2분 전이었습니다. 아슬아슬하게 막차를 타고 오늘 계획 없이 떠났던 섬진강 여행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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