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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10~2019>/<2016>

9월 9일

by 자 작 나 무 2016. 9. 9.

 

 

오늘 오후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통영을 방문했다. 어제 딸이 오늘 오후 3시에 학교 근처 공원에서 대담을 한다는 소식을 전해주며 학교 수업만 아니면 한 번 가서 보고 싶다고 말했다.

 

 

 

내가 대신 가서 보고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 전해주겠다고 했다.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도천동 테마파크에 갔다.

 

 

자기들 배만 불리고 최대한 비열하게 최대한 억압하는 이들이 권력을 잡아 99% 민중을 개, 돼지 취급하는 요즘 세상에 정치하는 이들이 무어 반갑겠냐마는, 그래도 또 그들과 다른 누군가가 대다수의 민중을 대변하는 소리를 내주는 이 있을까 하여 학생들조차도 관심을 가지는데 어른인 내가 우리 동네에 야당의 전 총수가 온다는데 연예인 보다 더 궁금하니 당연히 보러 가야 하는 것 아닌가.

 

 

 

도천동 테마파크 옆에 통영 소반장인 추용호 씨의 집은 100년 넘게 공방으로 사용되던 곳인데 윤이상 테마파크와 함께 보존되면 여러 모로 시너지 효과도 있을 유서 깊은 곳이다. 어릴 때 학교 다니며 이 동네 골목골목 아련한 추억도 많은 곳인데 지금은 얼추 다 헐리고 길이 새로 나서 가끔 꿈속에서나 걸어보는 동네다.

 

 

도로확장 한다고 집을 헐고 집기를 강제로 밖으로 꺼내놔서 소반 장인인 추용호 씨는 천막을 쳐놓고 100일 이상 노숙하며 1인 시위 중이다.

 

 

가까운 고성에 이미 화력발전소가 있는데 또 짓겠다는 모양이다. 관광산업뿐만 아니라 어업으로 생업을 하는 이가 많은 이곳에 바다 생태계를 위협하는 시설이 들어오면 통영의 앞날은 지금보다 더 힘들어질 것이다.

 

 

 

한때 번창했던 조선업이 기울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이미 많다. 게다가 어업과 양식업을 하는 이들의 삶도 위협을 받을 것이다. 그와 함께 관련된 일들로 생업을 꾸려가는 사람들 천지인 통영의 앞날은 또 하나의 화력발전소가 들어오면 어찌 될 것인지 불 보듯 뻔하다.

 

 

 

 

 

 

 

도대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쩌다 이렇게 한쪽으로만 기울어져버렸을까..... 부유한 이들의 편의만 봐주는 불평등한 세상. 그들의 부른 배를 더 불리느라 민초들의 쌈지돈 긁어모아 고래 등 같은 기와집에서 샥스핀이나 송로버섯으로 잔치를 한다는데 이건 꼭 옛날이야기에나 나옴직한 황당한 소설 같다.

 

 

 

 

 

누구라도 듣고 제발 가서 우리들 삶이 더 퍽퍽해지지 않게 길을 터 주시길......

 

 

 

집회가 끝나고 소반장 추용호씨가 앉은 천막에서 손혜원 의원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서 얼른 가봤다.

 

 

 

잠시 앉았다 일어나는 자리가 아니라 진중하게 이야기를 길게 듣고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늘 낮에 상당히 더웠는데 정장 재킷까지 입고 땡볕에 오래 앉아계셨는지 힘들지 않으셨을지......

민초의 소리를 들어야 하니 정치인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임에도 불구하고 생색내고 사진만 찍고 가는 이들이 많으니 그냥 사진만 찍고 악수만 하고 가는 줄 알았다.

 

손혜원 의원의 야무진 말솜씨에 나도 모르게 혹해서 한참을 듣고 서있었다.

 

 

 

 

 

 

 

 

 

 

 

 

 

 

 

문재인 전 대표 옆에 고성출신 김경수 의원이 앉아있다. 아줌마들이 유난히 김경수 의원을 좋아했다.

 

 

나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정권에 대해선 불만이 많다. 반드시 정권은 바뀌어야 하고 지금 이런 식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사회 분위기가 흡사 말 좀 잘못하면 잡혀갈까 봐 두려워하던 유신시대 같다. 

 

 

 

 

 

한 시간 남짓 공원에서 어슬렁거리다보니 배가 고프다. 새로 문을 연 샌드위치 가게로 걸어갔다. 주문하는 게 복잡하다 하여 미리 인터넷 검색으로 주문하는 것에 대해 공부하고 가서 편하게 주문해서 내 입맛에 맞는 샌드위치를 사 먹었다.

 

 

 

포장 주문 해가는 손님이 많아서 정작 2층 매장엔 아무도 올라오지 않아서 혼자 호젓하게 창밖 바다를 바라보며 늦은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엄마를 따라온 5살 꼬마가 예닐곱 번 들락날락거렸다. 혼자 화장실을 못 가서 내 곁에 와서 화장실에 따라가자고 졸랐다. 

"너네 엄마랑 가."

"엄마가 바빠서 안 따라 가준대요. 이모가 가줘요."

처음 보는 녀석이 어찌나 귀엽게 말하는지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꼬마가 너무 귀여워서 화장실에 따라가 줬다.

볼일 보고 손도 씻겨서 닦아줬더니 너무 좋아했다.

 

 

 

아가들 고물고물 한 손을 만져본지가 까마득하다. 나는 아직도 아이가 너무 좋아서 내가 능력만 있고, 나이가 좀 더 젊었으면 아이 한둘 정도 더 낳아서 키웠을 텐데...... 늘 아쉬운 생각을 한다. 내 현실과는 거리가 먼 일이다. 그래도 아이들이 너무 예쁘고 좋다.

 

저 아이들이 앞으로 살만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상하게 갈수록 사는 게 더 퍽퍽해지는 것 같아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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