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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길 위에서<2017>

벚꽃길 걸으러 하동에 다녀온 날

by 자 작 나 무 2017. 4. 5.

하동 쌍계사 벚꽃길을 해마다 찾아간다. 올해도 찾아간 주말에 벚꽃이 만발했기를 바랬으나, 쌍계사 오르는 길목엔 꽃망울만 그득했다.


4월 1일


하동읍을 지나 화개로 이어진 강변 길을 달릴 때만 해도 만개한 벚꽃길을 걷겠다는 생각에 흐뭇했다.



딸이 평소엔 걷는 걸 상당히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그날은 꼭 벚꽃 보러 하동에 가고 싶다 했다. 주말에 다른 볼 일이 있다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같이 꽃길 걸으러 가자했는데 아직 걷고 싶을 만큼 화사하지 못했다.


그래도 올해는 유난히 벚꽃이 더 예뻐보여서 벚꽃이 더 좋아졌다는 딸 사진을 찍어주고 쌍계사 벚꽃길에선 벗어나기로 했다.


내년엔 고3이 되니 아마도 마음에 더 부담이 되어 이렇게 선뜻 같이 걷자고 따라 나서지도 못할 것이고, 그 다음 봄엔 대학생이 되어 타향으로 옮겨가서 살게 된다면 과연 이 먼 하동까지 함께 오게 될까......


나름 우리에겐 의미있는 연례행사라 생각하고 기분 좋게 그 길을 돌아나왔다.



이 곳에 저 꽃이 함빡 피었던 때를 떠올리며.....


비 온다 하여 나오지 않을까 하다가 우산 쓰고도 걸을 수 있다는 딸의 말에 기분 좋게 주말 늦잠을 포기하고 나왔건만......





벚꽃 대신 개나리






걸어나가는 길에 마침 축제 중이라 녹차 진상행렬이 출발하려 서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녹차 진상행렬이 행사장에 도착할 때까지 화개에서 빠져나가는 차량이 통제 되어 길이 막히고 딸은 배고프다고 동동거리기 시작했다. 지나는 길목에 있는 카페에서 일단 점심을 먹었다.



화개장터에 들러서 군것질 거리를 사오겠다며 일행을 카페에 앉혀놓고 장터에 혼자 나왔다.



쑥떡을 사 가려고 나왔는데 이 가게에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섰다.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줄을 선 것이 화근의 시작이었다.


잠시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리 길지 않았던 앞 줄의 사람들이 저 수수부꾸미를 사가고 내 차례가 돌아오는데 1시간이 넘게 걸렸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니 어차피 꽃길을 걸어도 별 수 있겠냐 하는 생각과 이미 줄을 오래 서 있었는데 저 수수부꾸미를 꼭 먹고야 말겠다는 내 고집 때문에 뒤늦게 나와서 줄서기에 합류했던 딸과 친구의 원망을 들으면서 꿋꿋이 그 줄에 서 있었다.


하동찹쌀과 국산 팥으로 소를 만들어서 바로 부쳐주는 저 수수부꾸미는 한 개 2,000원. 일인당 두 개 이상은 팔지 않는다. 딸은 허리 아프게 오래 줄 서 있었으니 하나 만 사 갈 수 없다 하여 셋이서 다섯 개를 샀다. 나는 하나 냉큼 먹고 나머지는 다 포장하여 왔다.


그 날 얼마나 일행에게 욕을 먹었는지 모른다. 그래도 나는 그 수수부꾸미를 꼭 맛 보고 싶었다. 팥소가 많이 달지 않아 내 입에 맞았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평사리 공원. 화개로 들어서는 길에 평사리 공원에서 이어진 강변길에 벚꽃이 제법 화사하게 핀 것을 보고 지나와서 돌아가는 길에 평사리 공원에 들러서 좀 걸어보기로 했다.



내가 수수부꾸미 먹겠다고 줄을 오래 서 있어서 햇빛 좋은 시간을 한 시간 남짓 놓쳐서 이곳에 도착하니 뉘엿뉘엿 해가 질 시간이다.



계속 눈치를 받으며 아직 어둡진 않으니 바람부는 그 길을 좀 걸어보자며 입이 한 발이나 나온 딸을 이끌고 나섰다.



지난 봄에는 섬진강 테마로드를 혼자 몇번 씩 걸으러 나왔었다. 테마로드를 걷다 적당한 쉼터엔 화장실이나 좀 있었으면 좋으련만 긴 걷는 길이 이어져 있는 곳에 화장실이 없어서 방광염 걸리기 딱 좋았다. 













이 길은 꽃길과 건너편 산이며 섬진강을 보며 걸을 수 있어서 정말 맘에 든다.



바람이 꽤 차가워서 기분 낸다고 봄옷 입고 나온 딸이 추워서 조금만 걷자했던 이 길을 최대한 더 많이 걷다 오려고 조금만 더 걷자, 조금만 더 걷자 하며 해질 때까지 걸었다.







낮에 비가 간간히 내려서인지 아침에 지나올 때 보다 훨씬 꽃이 많이 피었다.






























하동 평사리 야영장.



꽃 지기 전에 또 가고 싶다. 오늘 다시 가려 했는데 비가 온다. 이제 사진이 이상하게 찍히는 내 똑딱이 디카를 다른 것으로 바꿔야 할 때가 되었다. 새 디카 사서 걸으러 많이 다녀야겠다.




여기서 부턴 딸이 폰으로 찍은 사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