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깨어난 뒤에도 몸이 좀 개운하거나 목안이 덜 아픈 느낌이 전혀 없었다. 그래도 딸에게 아침 상을 차려주고 앉아 있으니, 티슈 내놔라, 제 폰을 찾아서 손에 쥐어주라는 등 자잘한 일들을 내게 주문하는데 화가 났다. 내 몸뚱이도 겨우 움직이고 있는데 그 딴 일들을 저가 하지 않고 아프다고 골골거리는 엄마에게 시키다니...... "엄마 가까이 있는 거니까 그렇잖아......" 라고 했지만, 며칠째 평소와는 달리 계속 환자처럼 멍한 시선에 연신 이어지는 기침에 골골거리는 모습을 보고도 차려주는 밥상을 받고, 평소처럼 이것 주라, 저것 주라 하고 싶은지. 이럴 땐 일말의 배려도 없는 것 같은 생각 얕은 딸이 얄밉다. 아침에 바쁘게 나가야 하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다 알아서 챙기고 나는 그대로 가만히 두었으면 좋으련만.
딸이 학교에 간 후에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듣다보니 도올선생이 나왔다. 대선후보자 대표적인 5인을 만나고 도올선생의 눈에 비친 그들의 모습에 대해 약간 이야기 했다. 나름 공감가는 부분이 있었다. 팟빵을 켜놓고 어렴풋이 잠이 들었는데 문득 전화가 걸려왔다. 어제 밤 늦게 갑자기 단체문자 보내는 법을 아느냐고 나현엄마가 찾아왔었다. 친절하게 알려줬는데 그게 뜻대로 안 된 모양이다. 카톡으로 보내준 사진을 보고 조언을 해줬지만 익숙하지 않은지 어찌 해야 할 바를 몰라해서 집으로 오시라 했다. 결국 어제 밤에 180여명의 전화번호가 적힌 명단을 어쩌면 내가 입력하고 저 문자를 내가 보내야 될지도 모른다고 혼자 속으로 생각한 것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내게 그게 그리 힘든 일은 아니지만, 몸 상태가 워낙 좋지 않으니 앉아 있는 것도, 자판을 치면서 정신이 희미해지는 것도 문제였다. 곧 서비스가 중단될 네이트온에는 주소록을 저장해서 도토리로 문자쿠폰을 사면 단체문자를 저렴하게 보낼 수 있다. 주소록에 전화번호를 저장한 뒤 실행하라고 일러줬건만, 보낼 사람 입력하는 곳에 전화번호를 하나씩 적어넣었다가 두 번이나 실패한 모양이다. 혼자 그걸 하느라 얼마나 시간이 들고 힘들었을까. 불러주는 대로 내가 입력하고 그 일은 간단하게 끝났다. 나는 컴퓨터와 관련된 일은 일머리를 조금만 생각해내면 금세 해낸다. 어제 밤에 그나마 사흘 만에 곡기가 들어가게 끓여먹었던 김치죽 한 번 더 해먹겠다고 아침에 새밥하고, 멸치육수 끓여놨는데 고맙다고 밖에 밥을 먹으러 나가자 하신다. 내 몸이 도무지 그럴 상황이 못되니 죽이나 한 그릇 사다달라했다. 어제는 분명 김치가 들어간 죽이 그렇게 맛있었는데 오늘은 낙지김치죽을 사다줘서 먹어보니 목안이 너무 따가워서 뭔가 더 부드럽고 싱거운 죽을 주문했어야 했다는 후회가 들었다. 어떻든 죽 한 그릇 먹고 약 먹고 어떻게 잠든 줄도 모르게 잠들었다 깼더니 밖이 어둡다. 테이블 위에 나현엄마가 놓아두고간 봉투엔 빵이며 떡이 몇 가지 들어있었다. 자다깨서 뒤늦게 뭘 그리 많이 사두고 갔냐고 하니 많이 먹고 빨리 나으란다. 낮에 약먹고 자고 일어났어도 목안은 여전히 통증이 심하고 기침도 한 번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조용히 입 다물고 말없이 살아갈 방법이 필요하다. 글로 떠드는 것 외에 별 수가 없겠다.
한동안 밖에 나가 열심히 걸으러 다닌 게 허사가 된 것 같다. 걸으면서 평소엔 많이 마시지 않던 자동차 배기가스나 미세먼지 등 유해한 것을 길에서 많이 마신 탓에 이렇게 아픈 것인지 지난 주부터 갑자기 기침이 다시 나고 가슴이 아프기 시작한 원인을 모르겠다. * 아프다고 사흘 정도는 밥을 거의 먹지 못했는데 단 1kg도 체중은 줄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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