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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10~2019>/<2017>

여자라서....(?)

by 자 작 나 무 2017. 8. 28.

여자로 태어나서 한 달에 한 번씩, 혹은 더 주기가 빨라지면 두 번씩 선택의 여지없이 생리대를 사용해야만 한다. 요즘 뉴스거리가 되고 있는 그 문제의 생리대를 나도 꽤 많이 사용했다. 할인행사해서 두 팩을 붙여서 팔 때 사두었다가 쓰다 보니 여러 회사 제품, 혹은 이름이 다른 같은 회사 제품을 더러 사용한다. 환불해준다 하여 뒤져보니 남아 있는 것이 낱개로 90 개 가량 된다. 릴리안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환불받을 브랜드와 사이즈를 선택해서 환불 신청을 했다. 그리고 그 분량만큼을 박스에 포장해놨다.

 

어느 날부터 생리 양이 줄고, 그다지 겪지 않고 지나던 생리통이 심해져서 나이 탓인가 생각했다. 딸은 생리통이 뭔지도 모를 만큼 가볍게 지나가다가 어느 날은 생리통이 너무 심해서 자율학습 못하고 택시 타고 집에 온 적도 있다. 둘 다 뒤늦게 왜 이러나 생각했는데 그게 불량 생리대 때문이었다.

 

좀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비싸게 구입한 다른 브랜드 제품엔 이상은 없는 것인지 불안하지만 어쩔 수 없이 사놓은 것은 사용해야 하고, 다시 어떤 제품이든 구입해서 사용해야 한다. 한 달에 사용하는 생리대 구입비는 내게도 부담스럽다. 지속적인 지출이라 만만치 않다. 제품 포장지에 순면이라 써놔서 진짜인 줄 알았는데 도대체 뭘 보고 뭘 믿고 어떻게 확인하고 물건을 사야 할지 고민이 된다.

 

딸이 그 제품이 별로 마음에 안든다고 어쩐지 더 불쾌한 느낌이 든다 해서 다른 제품을 사다 섞어 쓰지 않았다면 문제가 많은 상품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되었을 것이다. 꽤 많은 부작용을 겪으면서도 내 몸 어디가 문제인지 고민했다. 

 

며칠 전에 딸이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의 여학생들이 생리대가 없어서 학교에 못 가고 힘들어한다고 그 아이들을 돕기 위해 면 생리대를 직접 만든다고 했다. 그리고 그걸 씻어서 사용할 수 있게 물을 쓸 수 있는 시설까지 만들 수 있게 후원금을 내겠다 해서 용돈을 더 준 적이 있다. 생리 때마다 학교에 갈 수가 없어 교육받을 기회조차 잃게 되는 그런 나라에 태어나지 않은 걸 다행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학교 잘 다니겠노라는 말까지 했다. 

 

비싸고 질 나쁜 생리대를 써야만 해서 안 겪어도 될 더 심한 통증과 부작용을 함께 겪어야 하는 이런 불편함은 누구 주머니를 채워주느라 많은 소비자들이 말없이 겪어야 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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