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함양 상림 옆 꽃밭에서 사진을 찍느라 쪼그리고 앉아있던 내 뒷모습이 찍힌 사진이다. 저렇게 길었던 머리가 길어 나와서 이젠 다 잘려나갔다. 지금 내 머리는 짧은 단발이다. 염색을 다시 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뒤 저만큼의 머리카락이 길어서 새 머리카락이 이 만큼 길어 나오는데 얼마나 걸렸는지 모르겠다. 그 사이 가끔 염색했던 머리카락이랑 새로 길어 나오는 머리카락 색깔이 달라서 지저분해 보여서 새로 염색을 하곤 했다.
서른여섯엔가, 서른일곱에 처음 염색을 했다. 뭔가 변화가 필요했던 때였다. 이후에 10여 년 동안 계속 반복해서 염색을 했더니 염색한 노란 머리가 꼭 내 진짜 머리색처럼 느껴질 정도로 익숙해졌다. 검은 머리 길어 나오니 촌스럽다고 딸이 계속 염색을 하기를 권했다.
그러다 염색약이 얼마나 독한지 딸이 알게 되고선 염색하지 말라는 허락(?)을 받았다. 같이 사는 딸이 짧은머리는 촌스럽고, 염색하지 않은 머리도 촌스럽다고 관심을 극구 표현해주니 겉모습도 취향대로 맞춰주며 살았다. 이제 겉치레보다 더 중요한 것에 신경을 쓸 나이가 되었는지 염색은 안 하는 걸로 합의를 봤다. 내 머리색인데도 내 맘대로 할 수가 없었다.
건망증도 심해졌고, 머리 쓰는 게 예전 같지 않으니 원인이 될만한 것 중에 당장 그만둬야 할 것을 고르다보니 염색을 하는 것은 상당히 치명적인 독을 조금씩 바르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음을 알고도 예쁘게 보이니까 몇 번은 하라고 권하다 이젠 그만두기를 권한다.
며칠 전에 딸이 주민등록증을 처음 만들기 위해 증명사진을 찍고 미용실에 들러서 딸의 긴 머리를 자를 때 내머리카락 중에 염색되었던 부분은 거의 다 잘라냈다. 오른쪽에 집중적으로 흰머리가 나는 내 머리 색깔 그대로 앞으로 남은 평생을 살게 될 것이다.
지난 사진을 보다보니 머리카락 색깔 하나에도 나름 이야깃거리가 있었다. 아주 오랫동안 긴 머리를 유지해와서 머리가 좀 길어야 나인 것 같다. 지금 내 모습은 거울을 볼 때마다 조금 어색하다. 다시 머리카락이 길어 나오는 동안 운동도 열심히 하고 살도 좀 빼야겠고, 텅 빈 머리도 좀 채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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