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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10~2019>/<2018>

3월 6일

by 자 작 나 무 2018. 3. 6.


늦은 점심을 먹고 환기 시키느라 창을 열어보니 어제까지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 하늘이 파랗다. 내 기분도 거짓말처럼 순간 맑아졌다. 며칠은 괴로워야 끼니도 대충 떼우고 괴로운 척이라도 해볼텐데 때가 되니 배가 고프고, 배고픈데 참고 있는 미련한 짓은 하지 않는 착실한 내 몸 챙기기 덕분에 배부른 돼지가 되었다. 


오늘 내가 긴장하고 괴로워한다고 갑자기 일자리가 생길 것도 아닌데 뭐하러 더 걱정하나. 오늘은 책장에 있는 책 중에 버릴 것 두 꾸러미 이상 정리하기. 그 외에는 의무감으로 뭔가 해야 할 것은 잊기로 했다. 딸 주민등록증 찾으러 밖에 나갈 계획이었으나 그건 내일로 미뤄야겠다.


한쪽 귀에 이상이 생겨서 소리가 울리거나 이상하게 들린다. 그런데 병원에 가려고 마음 먹고 머리를 감고 나니 아무렇지도 않다. 아무 증상도 없는데 병원 가기 머쓱해서 그냥 방에 눌러앉았다. 며칠 전에 사들인 원두가 내 입에 맞지 않아서 새 원두를 샀다. 용량이 작은 걸로 사서 두 가지를 가지고 있어도 며칠 안에 다 마시게 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저렴하게 좋은 걸 고르겠다는 일념으로 고른 원두는 실패, 남들이 맛있다고 후기를 써놓은 내 기준에 매일 마시기엔 살짝 부담스러운 원두는 맛이 괜찮다. 


새로 원두 갈아서 커피 한 잔 더 마시고 소화가 적당히 될 때까지 멍하니 있다가 책 정리를 해야겠다. 어차피 딸이 대학 진학하면 이 집에서 이사를 나가야 할 것이고 그때 닥쳐서 정리하려면 일이 너무 급하고 많게 느껴질 것이다. 틈틈이 조금씩 여유로울 때 정리하고 버리는 일을 반복해야겠다. 마음이 상하면 몸도 바로 상하는내 예민한 시스템(?) 덕분에 최대한 관대하게 스스로 자신을 다독이는 친구로 오늘 하루를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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