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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10~2019>/<2018>

지도교수님 정년퇴임행사에 다녀와서

by 자 작 나 무 2018. 12. 24.

 

이른 아침 집을 나서서 오랜만에 찾아간 진양호는 한 장의 수채화처럼 가슴으로 스며들었다.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있는 호텔 컨벤션홀에서 지도교수님 정년퇴임 행사가 있었다. 내겐 대학 졸업 후에 25년 만에 대학 동기들을 비롯하여 선후배들을 만나게 한 위력을 가진 엄청난 이벤트였다.

 

 

 

 

 

 

 

행사가 끝나고 주최 기수 중에 가장 선배인 우리가 지도교수님을 모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삼국사기를 쓴 김부식이 자신의 견해와 맞지 않는 화랑세기를 없앴다는 이야기와 미실과 사다함의 사랑과 실연의 상처, 그 집안에 얽힌 비화로 자살한 이야기 등 꽤 흥미 있는 주제로 교수님의 마지막 강연이 있었기에 그에 대해 피드백을 했다. 

 

학교 다닐 땐 인상이 꽤 딱딱하고 견고한 분이셨는데 나이 드시니 웃는 모습이 소년같이 부드러워지셨다. 대학 다닐 때 강의에선 이론적인 면에만 치중되어 있다고 느꼈는데 이젠 실천에 신경 쓰고 계신다는 명상호흡에 대해 책자에 강조하여 실어놓으셨다. 그래서 그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은 내가 몇 마디 보탰다.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친구들의 발을 보다가 기회가 생길 때마다 대화의 주도권을 잡아채어 내 견해를 이야기하고 꽤 긴 시간 동안 커피잔을 앞에 두고 많은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스무 살이었을 때 겨우 서른 여섯 살이었던 젊은 교수님이 이제 정년퇴임을 하시고 인생의 한 장을 마무리하는 날, 타인의 삶의 흔적을 회상하고 나누는 시간은 꽤 감동적이었다. 

 

 

 

하늘 한 번 올려다보고 친구들 뒤를 따라 호수를 볼 수 있는 전망대로 향했다.

 

 

바닷가에서 보는 일몰이랑은 또다른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아름다운 광경을 보면 누군가 나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과 따뜻하게 손잡고 이런 광경을 함께 바라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25년 만에 만났으니 점심때 행사 끝났다고 그냥 헤어질 수는 없으니 저녁까지 함께 하기로 했다.

 

 

 

 

와인을 시작으로

 

 

몇 가지 코스 요리를 거쳐서 메인 요리인 스테이크를 맛있게 먹고

 

 

후식과 함께 우리의 추억이 담긴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졌다.

 

 

밤이 이슥해지도록 앉아서 스무 살 파릇파릇한 나이에 만났던 우리는 시간을 건너뛰어 그 옛날로 돌아가 아름다운 밤을 즐겼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대학 동기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내 모습은 참 새삼스러웠다. 그래도 그땐 참 풋풋했고, 너무도 시린 젊음을 병처럼 앓던 때였다.

 

어언 30년이 지나버린 스무 살..... 이렇게 단숨에 타임머신을 타고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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