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엔 꽃이 피었겠지. 매화가 흐드러진 그 길을 걸을 수는 없지만 벚꽃핀 길은 걸어보리라.
정신없이 바쁘게 하루를 살다 보니 2주가 이제 겨우 지나갔고, 2주는 1년을 살아낸 듯한 압박감과 함께 주변에 있는 이들을 죄다 탈진 상태로 만들었다.
엊그제 오후에 몰래 도망쳐서 병원진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빡빡한 일정에 시달렸다. 이 생활이 1년 시한부가 아니라면 난 도무지 이런 삶을 견뎌낼 자신이 없다. 10년 넘게 사용한 네스프레소 캡슐머신의 새로운 버전을 주문했다.
네스프레소 사이트에서 사는 것보다 10만원 저렴하길래 해외직구로 주문해 놓고 일주일 기다리고 보니 오늘 드디어 커피머신이 도착했고, 미리 네스프레소에서 주문해 놓은 갖가지 색깔 고운 캡슐들은 종류대로 한 박스 방안에 그득하다. 커피머신을 주문하면 함께 주는 몇 개의 캡슐은 예뻐서 한동안 헐지 않고 저대로 두고 볼 참이다.
이번엔 우유로 크림을 만드는 기계까지 모두 최신버전으로 구입해서 부드러운 커피를 맘껏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술을 즐길 수 없는 체질인지라 사람들과 어울려서 밤에 술잔을 기울이는 곳에 함께 할 수 없어서 어제도 밤늦게 퇴근하면서 한 무리는 술자리로 한 무리는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술값 쓰지 않으니 그걸로 내가 즐길 수 있는 커피나 실컷 즐겨야겠다. 목요일에 30대 초반의 같은 사무실 동료 앞으로 따뜻한 커피와 도너츠가 배달되어 왔다. 커피를 반기며 큰 잔에 따라서 마시며 듣자 하니 그녀의 남자 친구가 손수 그걸 사들고 찾아온 거다. 그들의 나이와 젊음,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자상함이 액자 속의 그림처럼 보였다. 나와는 먼 현실......
어제 퇴근 전에 몇명이서 술자리로 갈 팀을 꾸리길래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말하고 말았다.
"아~ 억울해! 같이 술도 못 마시고, 연애도 못 하고......"
우스꽝스러운 버전으로 책상에 이마까지 찧는 나를 보고 주변 사람들이 웃었다. 이렇게 또 한 세월 보내게 되려 나보다. 늦잠 좀 자고 일어나서 밥 한 끼 먹고 나니 그동안 바빠서 한쪽으로 밀어놓은 집안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밖으로 나선들 뾰족한 수도 없을 텐데 청소나 하고 공부나 해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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