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때로는 마음을 열었을 때 받는 상처가 더 크다는 생각이 든다.
타인들 속에서 나는 어떤 유형의 타인으로 존재할 것인지 스스로 선택한다. 무표정하고 의미 없는 관계로 닫힌 세계에 존재하다 사라질 수도 있다. 짧게 스치고 지나가도 그 순간만이라도 나는 나다운 사람으로, 내가 생각하는 나로 존재하면 그만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 알량한 생각 하나로 열어놓은 마음이 아주 사소한 무관심과 무표정에 필요 이상으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내 감정의 레이다로 인해 스스로 생채기를 낸다.
# 2
《내 취향, 성향에 대한.....》
며칠 전 같이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나보다 선배인 분이 자신이 느끼는 나이에 대해 열변을 토하셨다.
"너희는 나이 먹으면 그냥 늙은이 되어서 아무것도 못 느끼는 줄 알지? 욕망도 없고 뭣도 없는 줄 알지?"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아주 맛깔스럽게 하셨다. 나도 거기에 공감한다는 화답으로 시작해서 엉뚱하게 한 마디 덧붙이게 되었다. 그 많은 낯선 타인들 앞에서.....
"저도 제 나이가 몇 인 줄은 아는데, 이상하게 제 머릿속에 제가 인지하고 있는 저 자신의 나이는 30대 중반이에요. 그 이상으로 마음이 나이를 먹지 않은 것인지, 나이를 먹지 못한 것인지 그 연령대 마인드에 멈춰져 있어요."
나이 지체 현상? 여하튼 내 머릿속에 존재하는 나는 30대 중반, 때론 40대 초반이다. 껍데기는 나이를 이토록 성실하게 먹었는데 내 마음은 그때부터 모든 게 정지되어 평행선을 그리듯 이어지고 있다. 어쩌면 그래서 나잇값을 못 하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뭔가 뚜렷이 나잇값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종류의 나잇값을 못 하는 찌질한(?) 어른은 아니지만......
누가 물은 것도 아닌데 혼자 그 생각을 여러 각도로 돌려본다. 그리고 문득 결심한다. 그냥 그렇게 살면 어때? 내 머릿속에 내가 인지되는 나이 때로 살기로 한다. 물론 여태 그렇게 살아왔다. 하지만 이렇게 확고하게 내가 느끼는 자신의 나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진 않았는데 오늘 문득 그 생각이 든다.
난..... 서른여섯으로 살았고, 이제 곧 서른일곱쯤 되려나...... (내 취향, 성향만) 언젠가 내 마음이 지치고 나이 든 느낌이 들면 그때 내 나이를 가늠해보게 되겠지만, 그전까지 나는 그냥 서른일곱으로 살아야겠다.
누가 뭐라거나 이건 내 생각인데 뭘...... ㅎㅎ
더 건강하게 더 젊게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 3
어제 혼자 문득 사람들 속에서 이런 말을 했다.
"글을 안 쓰니까 요즘은 영 사는 게 재미가 없어요...."
나도 모르게 입에서 계획 없이 나온 말은 진심이거나 정말 허튼 생각이거나 둘 중 하나다. 아마도 이건 진심일 거다. 나는 내 일상을 글로 옮겨 쓰는 게 오래 생활화된 사람인데 이걸 멈추니까 어쩐지 사는 게 맹맹하고 심심하다.
물론 쓰지 않아도 될 글을 쓰거나,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해서 더 많은 고민하게 될 때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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