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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길 위에서<2018>

선물 같은 서울 여행 첫날

by 자 작 나 무 2018. 12. 16.

어제 서울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내 표정은 다소 침울했다. 아직 활짝 웃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

아침 일찍 통영에서 버스를 탄 뒤 4시간 10분 만에 서울에 도착했다. 사람 많은 곳에 발을 딛고서부터 사람 멀미가 났다. 

 

 

 

참을 수 없는 울렁거림..... 그래서 첫 끼니로 시원한 냉면을 먹었다. 백화점 식당가에서 냉면 한 그릇을 먹는 동안에도 나는 꽁꽁 얼어있었다. 버스 안에서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적응하지 못한 몸이 옷으로 꽁꽁 쌌음에도 추워서 웅크리고 있었고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 동안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내가 사는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 같았다.

 

 

 

 

점심을 먹고 호텔로 이동하기 위해 지하철을 탈까 했는데 백화점 지하매장에서 무슨 난리가 났다. 처음에 밥 먹으러 가면서 줄 선 모양새를 보고 무슨 대단한 신제품이라도 출시되어 사려고 줄을 선 줄 알았더니 몇 시간 동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내 딸도 뒤에서 저렇게 싱긋 웃는 걸 보니 미남이 뜬 모양이다.

 

그냥 갈 수 없어서 우리도 거기 끼었다. 아줌마 부대는 용감하게 분수대를 밟고 올라섰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진 않은 열정. 

 

그래 팬 활동을 하려면 이 정도 해줘야지. 내 앞에서 찍는 핸드폰에 뜨는 글씨를 보니 일어다. 일본 팬, 중국 팬들이 혼재해있다.

 

 

 

샤이니의 태민이 왔다. 내 딸이 나보다 더 깡충 까치발을 하고 이렇게 찍었다. 다들 몇 시간씩 줄 서서 기다렸다는데 우리는 밥 먹고 내려와서 난리 통 구경 좀 하다가 졸지에 연예인 인터뷰하고 행사하는 걸 보게 됐다. 딸의 입꼬리가 끝없이 올라가고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시청 앞 플라자 호텔.

 

 

 

문을 열고 들어가자 커튼이 자동으로 열렸다. 마치 우리를 환영한다는 듯한 느낌에 나는 환호성을 질렀다.

 

 

 

오래된 낡은 호텔일 거로 생각하고 아무 기대도 없이 갔는데 깔끔하고 아기자기하게 나름 꾸며놓은 게 마음에 든다. 더블베드를 요청했는데 킹사이즈다. 우리 집 매트리스도 킹사이즈여서 어쩐지 익숙해서 좋다.

 

 

딸이 심지어는 청와대도 보인다며 웃는다.

 

 

마침 집회가 있어서 몹시 시끄럽다. 성조기와 태극기를 극진히 동급으로 모시는 분들의 모임이다.

 

 

15층에서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니 나름 상쾌하다.

 

 

 

3시에 바로 체크인하고 객실에서 노닥거리다 우리에게 준 애프터눈 티 세트 쿠폰을 들고 카페에 내려갔다.

 

 

카페 인테리어가 독특하다.

 

 

 우리는 공짜로 55,000원이라 안내된 이 티 세트를 먹었다. 호텔 숙박권에 포함된 티켓이다. 경품 당첨될 만하네.....

 

 

거품이 풍부하고 부드러운 카푸치노 한 잔

 

한 해에 섭취할 당분을 한꺼번에 다 먹게 될 것 같은 어마어마한 간식들이 우리의 시각과 미각을 완전히 미치게 만든다.

역시 뭐든 안 먹어본 것은 먹어보고, 경험해보지 못한 것은 경험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행복한 맛이다.

 

 

우리 모녀의 오붓한 티타임이 끝나니 이미 해가 졌다.

 

 

길만 건너면 덕수궁이다. 

 

 

덕수궁 돌담길부터 먼저 좀 걷고 분위기를 잡은 뒤 궁에 들어가기로 했다.

 

기념사진도 잊지 않고 찍고

 

 

내린 눈이 다 녹지 않은 뽀독뽀독한 길을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걸어 덕수궁의 야경을 즐겼다.

 

도심 한가운데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공간이 있는 이런 곳에서 쉴 수 있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다.

 

 

이런 단정한 고즈넉함이 좋다.

 

 

창호 너머로 은은하게 스며 나오는 불빛이 감미로운 음악처럼 온몸으로 전해진다. 

 

 

덕수궁 미술관 관람을 하기로 했다. 미스터 선샤인에서 본 그 시대의 시각적인 모습과 실제와의 괴리감을 줄이기 위해 뭔가 보고 싶었다.

심장이 쩍쩍 갈라지는 느낌으로 고종황제의 장례식날 찍은 많은 사진을 봤다. 그 시대의 고단했던 삶과 가난했던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다. 그나마 살기가 좀 나았을 한양이 그 모양이었으니 다른 곳에서 그들은 또 얼마나 힘겨운 시절을 보냈을까.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국가란 것이 무엇이었는지 우매한 이들의 저열함이 빚어낸 비극적 시대가 나에게도 묘한 통증으로 사무쳤다.

 

 

호텔 주변 골목을 걷다가 간단하게 늦은 저녁을 먹고 호텔로 돌아왔다.

 

낮엔 붐비던 로비가 한산하고 불 켜진 크리스마스트리가 우리를 또 다른 환상의 시간으로 이끈다.

 

 

따뜻한 물로 씻고 나른하고 기분 좋게 시원한 사이다 한 잔씩 들고 건배를 했다. 더 행복하게  살아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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