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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0>

도산 일주도로 걷기

by 자 작 나 무 2020. 5. 22.

오랜 자발적 감금 해제

너무 오래 집안에 갇혀 지냈더니 확~찐자가 되었다.

낮에 깨어서 밤낮 바뀐 것도 바로잡고

좀 걷기로 했다.

집에서 시내버스로 한 시간 거리

시내버스 배차 간격이 길어서 다음 버스 기다렸다 타느니 걷는 게 나은 동네에서 천천히 걷기.

오랜만에 갔더니 카페 영업은 하지 않고 펜션 손님만 받는다. 바닷가에 눕다시피 할 수 있는 좋은 자리가 있어서 바다 보고 멍하니 쉬다 올까 하고 갔더니...... 덕분에 더 많이 걷게 됐다.

 

 

 

 

걷다 길가에 보이는 꽃마다 들여다 보고 말을 걸었다.

"참 예쁘네......"

 

 

 

 

아주 가끔 지나는 차 외엔 걷는 사람은 아예 없는 한적한 곳, 나도 처음으로 걸어본 길

전망대에 있는 그늘에 앉아 잠시 숨 돌리다보니 누군가 바다를 보고 있다.

 

 

 

전용 보트장까지 있는 펜션을 지나 걷다보니 수월마을 방풍림이 보인다.

 

딸이 어릴 때 어딘가 훌쩍 우리 동네를 벗어나고 싶을 때 가장 멀리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이곳에 왔다. 멸치 주먹밥이나 유부초밥 도시락을 쌌던가...... 친구네 어린 아들과 함께 오기도 하고 몇 번은 이곳 바닷가에서 물수제비 뜨기도 했다.

 

 

 

 

 

 

좀처럼 밖에 나가지 않으려는 딸이랑 같이 나왔더라면 저 산딸기도 따먹었을 텐데......

 

 

한 시간 남짓 걷고 돌아가는 길엔 버스를 타고 싶었지만 그다음 버스는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온다. 계속 은근히 오르막을 걷다 보니 걸음이 무거워서 제자리걸음 하는 것 같다.

 

 

 

 

 

 

 

 

노루인지 고라니인지 길가에 나왔다가 나를 보고 놀라서 거의 75도는 되어 보이는 경사진 언덕을 날아올라간다.

 

 

 

그나마 버스가 오가는 동네와 가까워지니 차도 간혹 보인다. 길가에 세워놓은 공사 차량 근처에 서 있는 사람이랑 이야기하던 사람이 차를 몰고 가다가 갑자기 후진해서 내 곁에 다가와서 차를 세운다.

"아가씨~~"

흠칫 놀라서 못 들은 척 하니 또 부른다. 어쩔 수 없이 휙 돌아봤다.

 

"아가씨~ 사진 찍으러 다녀요? 사진 찍기 좋은데 알려드릴까요?"

"아..... 걱정 마세요. 저 통영 사람이에요. 여기 잘 알아요."

 

혼자 인적 드문 길을 걷는 게 이상해 보일까 봐 일부러 카메라를 꺼내서 들고 다녔다. 혹시나 인심 좋은 사람이 차를 세워서 타라고 할까 봐.......

 

언젠가 한 번은 걸어보고 싶었던 길을 걸으며 길 가다 만나는 꽃마다 말을 걸고 사진을 찍었다.

평인 일주도로, 도산 일주도로를 걸어서 완주했다. 그다음 남은 가장 긴 코스 산양 일주도로도 걸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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