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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0>

장금이 병

by 자 작 나 무 2020. 5. 30.

딸이 요즘 부쩍 송광사 길상식당 이야기를 한다. 거기서 먹었던 비빔밥, 김 장아찌, 더덕장아찌, 더덕구이 등 맛있게 먹은 음식 생각이 난다는 것이다. 같이 가자고 해봐야 코로나 19 전염력이 무서우니 아직은 밖에 나가지 말아야 한다는 말과 함께 집콕 생활에 익숙해진 딸의 뻔한 대답이 기다릴 뿐이다.

 

재난 지원금 카드로 동네 마트에서 더덕 한 봉지 사다가 오늘 저녁에 더덕구이를 만들었다. 내일 아침에 먹으려고 한 것인데 꽃게 된장국을 곁들여서 밤늦게 밥 한 공기를 먹었다. 팔아도 되겠다는 말을 하는 것 보니 오늘도 내 음식이 맛있었나 보다.

 

같은 과 친구와 카톡을 하더니 마우스가 부서지도록 클릭하는 그 게임을 한다. 같은 시간에 접속해서 같은 팀으로 전투하는 게임을 뒤늦게 시작한 딸이 요즘 시간만 나면 저러고 논다.

 

오늘도 아침에 깬 뒤 이불속에서 혼자 섬에 가는 배를 탈까 말까 망설이다 다시 잠들었다. 어쩐지 혼자 배 타고 어디 가는 게 예전보다 훨씬 쓸쓸한 기분이 들어서 선뜻 나서지를 못하겠다. 엊그제도 아침에 싸가려고 쪄놓은 달걀을 아침에 그냥 먹고 자버렸다.

 

혹시 내일 아침에 배를 탈 마음이 생기면 나서려고 미리 반찬을 만들어놓고 누워있으니 아까 맛있게 먹은 꽃게 된장국물 맛이 머릿속에서 오락가락한다. 몇 국자 떠서 후루룩 국물만 마셨는데 식어도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내가 만든 음식이 이렇게 맛있다. 이건 무슨 병일까? 공주병은 없는데 장금이 병은 있는 모양이다.

 

머릿속으로 그린 음식 맛을 그대로 재현한다. 책 보고 읽어서 상상한 음식을 그대로 만들어내서 맛있게 먹는 딸의 칭찬을 받으며 나도 맛있게 먹는다. 이런 건 장금이 병? ㅎㅎㅎㅎ

 

 

순두부를 넣은 꽃게 된장국

 

뜨거운 물에 잠깐 담갔다 껍질을 깐 더덕을 반 가르고 방망이로 살살 두드려 부드럽게 만들어준 다음, 참기름 발라서 초벌구이를 한다. 

준비해 둔 양념을 섞어서 불맛 나게 살짝 덖어준다.

양념장은 고추장, 고춧가루, 진간장, 매실액, 마늘, 파 다진 것, 참기름, 올리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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