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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0>

꿈이라 해도 깨면 슬픈 날이 있다.

by 자 작 나 무 2020. 6. 30.

 

 

창을 닫아도 뚫고 드는
요란한 빗소리에 심란하다.

 

내 그림자만 바라보며 걸어야 했던 한나절
여행지에서 들뜬 사람들 속에서
내 자리는 어디인지 자꾸만 돌아봤다.

조금 전에 서 있던 자리,
지나온 자리,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
과연 진짜 내 자리는 어디인가......

나는 결코 혼자서는 이 삶을 견뎌낼
자신도 의지도 없다는
처절한 사실이 침을 삼켜도 목구멍에 걸렸다.

어디든 바람처럼 떠돌 준비가 된 것인지......

억눌렀던 감정의 고삐가 풀리니
나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돌처럼
살아온 것만 같다.

지상에 발이 닿지 않아
차라리 하늘 쪽을 향해 가벼이 떠오르고 싶다.
바람 따라 흘러가다 흩어지고 싶다.

어느 순간 다른 색 알약을 먹고
깨어나서도 이 삶이 허상이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나는 울지도 못하고 굳어서
한 줄기 바람에도 흩어져 버릴 것만 같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참아보자.....
참아보자......
억울한 귀양살이 같은 이 삶이
한갓 꿈으로 끝나도 좋다고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참아보자.

바람이 불면 흔들리며 사는 거야......
그냥 그런 거야......

양철지붕을 때리는 요란한 빗소리가
내 심장을 쩍쩍 갈라놓는 꿈을 꾸고 있다.

이 꿈에서 깨면 누군가 곁에서
나를 흔들어 깨워주고
꿈속에서 흘린 눈물조차 닦아줬으면......
그런 누군가가 꿈에서 깬 순간
내 손을 잡아주었으면......

어둠 속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펭수 노트는 어두워서 쓸 수 없어
아이폰에 밀린 밤.

6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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