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낯선 곳에서는
외롭지 않을 줄 알았다.
사람들 속에서 유령이 된다.
희부연 하늘,
그래도 바다는 푸르고 모래는 하얀 함덕 해변
여태 이 바다가 아름답게 느껴진 것은
늘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돌아갈 곳 없고 나를 반겨줄 사람 없다면
낯설고 가장 아름다운 언덕에서
공기 중에 흔적 없이 분해되고 싶다.
이승으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작은 입자로 분해되어
사라져버리고 싶다.
열심히 걸어도 흔적조차 남지 않는 세상
내 발자국이 찍히지 않는 함덕
사랑을 얻지 못한 인어공주가 물거품이 되어
허공에 흩어진 것처럼
마음 둘 곳 없는 쓸쓸한 내 영혼도
한순간에 그리 흩어진다 한들
하나 아쉬울 것도 미련도 남지 않을 것 같은 세상살이
모든 것은 순간이다.
순간의 연속 선상에 있을 뿐......
찰나에 무너진 심장은
금이 간 마른 회벽처럼 쉽게 부서진다.
그토록 아름답던 바다의
푸른빛이 이 더운 날 내게는
겨울 바다보다 시리고 아프다.
한 꺼풀 벗어내고 밖으로 나왔더니
나는 아찔한 슬픔의 벼랑 끝에 서 있었구나......
치유되지 않은 감정의 상처가
낱낱이 되살아나서
모래알처럼 발바닥에 촘촘히 박힌다.
한 걸음씩 걸을 때마다
피를 철철 흘리는 나를 모른 척 했던 것이
어디 나뿐인가,
알면서도 외면한 그대 또한 공범이지.
아프지 않은 것처럼
어딘가에 숨어 웅크리고 있던 감정이
나를 삼키는 함덕
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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