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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0>

오늘은......

by 자 작 나 무 2020. 6. 12.

옛날엔 너무 심심해서 책 읽고 공부를 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으니 

젊어서 느끼는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남이 먼저 얻은 지식을 책으로 얻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부모라는 큰 기둥에 매어서 

보이지 않는 줄이 허락하는 반경을

넘어갈 수 없어서

그 좁은 세계에 갇혀 지냈다.

 

사랑받은 사람이 사랑도 줄 수 있다는데

나는 책으로 배운 사랑을

딸에게 주며 잘살아왔다.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실천하며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른 생활을 내 방식대로.....

 

딸 대학 보내는 것까지만

목표로 삼고 살았더니

이제 한시름 놨다고 생각하니

긴장이 풀리고 

의욕도 사라진다.

 

스스로 뭔가를 계획하고

하루를 허망하지 않게 만들어가는

다른 원동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헙수룩한 나를

누가 좀 챙겨줬으면 좋겠다.

 

아무렇게나 입고 나가서

친구네 거실에 퍼져있어도

서로 흉볼 일, 신경 쓸 일 없어

좋았던..... 오랜 동네 친구도

다 새로 생긴 아파트촌으로 이사 가버렸다.

 

잠시 지친 마음을 기댈 곳 하나 없다.

항상 그랬듯이 혼자 알아서 다 해야한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또 뭔가를 해야 한다.

이왕에 없는 재미도 만들어서

오늘은 무슨 재밌는 일을 해볼까?

쇼핑한 책 택배는 내일쯤 도착할 텐데.....

 

오늘은 해 질 녘에 바다가 보이는 선술집에서

혼자 맥주라도 한병 마실까?

아니면 냉장고에 든 시원한 캔맥주 하나 들고

그 바닷가에 가서 노래 들으며

그동안 쌓인 눈물이나 한 사발 흘리고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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