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엔 너무 심심해서 책 읽고 공부를 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으니
젊어서 느끼는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남이 먼저 얻은 지식을 책으로 얻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부모라는 큰 기둥에 매어서
보이지 않는 줄이 허락하는 반경을
넘어갈 수 없어서
그 좁은 세계에 갇혀 지냈다.
사랑받은 사람이 사랑도 줄 수 있다는데
나는 책으로 배운 사랑을
딸에게 주며 잘살아왔다.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실천하며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른 생활을 내 방식대로.....
딸 대학 보내는 것까지만
목표로 삼고 살았더니
이제 한시름 놨다고 생각하니
긴장이 풀리고
의욕도 사라진다.
스스로 뭔가를 계획하고
하루를 허망하지 않게 만들어가는
다른 원동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헙수룩한 나를
누가 좀 챙겨줬으면 좋겠다.
아무렇게나 입고 나가서
친구네 거실에 퍼져있어도
서로 흉볼 일, 신경 쓸 일 없어
좋았던..... 오랜 동네 친구도
다 새로 생긴 아파트촌으로 이사 가버렸다.
잠시 지친 마음을 기댈 곳 하나 없다.
항상 그랬듯이 혼자 알아서 다 해야한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또 뭔가를 해야 한다.
이왕에 없는 재미도 만들어서
오늘은 무슨 재밌는 일을 해볼까?
쇼핑한 책 택배는 내일쯤 도착할 텐데.....
오늘은 해 질 녘에 바다가 보이는 선술집에서
혼자 맥주라도 한병 마실까?
아니면 냉장고에 든 시원한 캔맥주 하나 들고
그 바닷가에 가서 노래 들으며
그동안 쌓인 눈물이나 한 사발 흘리고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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