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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길 위에서<2020>

우리 동네 카페 나들이

by 자 작 나 무 2020. 7. 29.

비대면 강의만 듣다 방학을 맞은 딸은 밤낮이 바뀌어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일찍 깨워서 뭔가 하라고 어릴 때도 강요하지 않았는데 새삼스럽게 대학생이 된 딸에게 잔소리하기 싫어서 그냥 내버려 둔다.

 

아침에 거제에서 손님이 오셨다. 내 딸까지 불러내서 같이 동네 카페에 가자는데 딸이 도무지 일어나지 않아서 혼자 나갔다.

친구들이 모여서 빵집을 차렸다는데 그날 팔릴 만큼의 빵만 만들어서 팔고, 브랜드 빵집보다 이 집 빵이 맛있다. 집에서 10분 이내의 거리에 있어도 혼자 잘 가지 않다가 손님과 함께 아침부터 빵집에 갔다.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빵 하나 곁들이는 자리에서 내가 섬에 놀러가자고 바람을 넣었더니 두 분이 따라 나서시겠단다.

 

아이스크림 사 먹고 덤으로 샀다는 펭수 우산이 귀여워서 뱃머리에서 사진 한 장 찍고, 정해진 배 시간과 달리 이미 떠나버린 배를 계속 기다리자니 덥기도 하고, 섬에 들어가면 한낮에 그늘 없이 고생할 것 같아서 목적지를 바꿨다.

 

 

평일 낮이니 사람이 적을 것 같은 ES 리조트 카페에 갔다. 잠시 바닷가에 좀 돌아다녔더니 한낮의 열기가 뜨거워서 도무지 밖에 있기 힘들다.

 

두 분은 덥다고 팥빙수를 주문하고 나는 또 따뜻한 차를 마셨다. 이상하게 기온이 급격하게 변하면 바로 적응을 못해서 목이 간지럽다.

 

손님 없는 빈 카페를 우리가 독차지하고 있으니 어쩐지 기분이 더 좋다.

 

여기는 일몰이 잘 보이는 자리

 

 

 

 

리조트 곳곳에 핀 치자꽃 향기가 은은한 것이 참 좋다.

 

 

 

 

맑은 날 이곳에 서면 아래에 크고 작은 섬이 낯익은 전설이라도 하나 들려줄 것처럼 누웠는데 오늘은 안개가 그득하다.

 

영화 '미스트' 속에 들어와서 다른 차원으로 가는 문이라도 발견할 것 같은 날씨다.

 

 

 

 

 

 

리조트에서 올라가는 산책길

 

산책길 전망대에서 보이는 리조트 전경

 

비 온 뒤 밟는 땅은 촉촉하고 폭신한 것이 기분 좋다.

 

 

내 나이보다 너무 어려 보인다고 추켜세워줘서 오늘부터 친구 하기로 했다. 우린 스물한 살 밖에 차이 나지 않는 친구~

 

 

해무에 갇힌 섬

혼자여도 좋았을 길을 누군가와 함께 다니니 서로의 에너지가 한데 어우러져 더 즐거웠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