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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길 위에서<2020>

평일 힐링 여행

by 자 작 나 무 2020. 7. 30.

 

25살 때부터 여름이면 잊지 않고 찾아가는 냉면집, 사천 재건냉면집. 

 

옛날엔 금세 허물어질듯한 허름한 집 앞에 줄서서 기다리다가 평상에 차려주는 밥상에서 먹던 냉면집인데 돈 많이 벌어서 거의 기업 수준이다.

 

진주냉면의 특징은 육전을 부쳐서 고명으로 듬뿍 얹어서 한 그릇 먹고 나면 정말 배부르다. 

 

물냉면이냐 비빔냉면이냐 주문표를 작성하기 전까지 고민한다. 이 집은 비빔냉면이 맵지 않고 맛있다. 물냉면은 맥코믹 후추맛이 강하고 다른 냉면과 조금 맛이 다르므로 호불호가 갈린다.

 

 

 

 

 

두 가지 주문하여 나눠 먹어도 양이 많은 편인데 20대엔 대자를 주문해서 다 먹었다.

 

 

오랜만에 냉면 맛집 가서 맛있게 점심 먹은 것까진 좋았는데, 고속도로 근처에서 물 폭탄을 맞았다. 집으로 돌아가야 할 정도로 폭우가 쏟아진다.

 

 

 

그래도 통영, 대전 방향 갈림길에서 우리는 대전쪽으로 들어섰다. 진주를 지나 조금 달리니 정말 거짓말처럼 말짱하다. 

 

 

 

 

볼일을 보고 집에 그냥 돌아가기 아쉬워서 산청 정취암에 들렀다.

 

 

 

 

 

 

 

 

 

만지거나 뭔가 하면 좋다는 쌍 거북바위, 주말엔 관광객으로 터져나갈 것 같은 좁은 암자에 오늘은 사람이 없어서 좋다. 역시 여행은 평일 여행! 

 

아래엔 암거북이 위엔 숫거북이 교미하는 형상이란다. 우리를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신 그 절 주지 스님께서 여러 가지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잉태, 장수, 부귀 등등 십장생을 상징하는 거북에 대해 묻지도 않은 걸 이것저것 알려주신다. 

 

 

 

 

산아래 구름이 깔리는 높은 곳에 고즈넉한 오후의 산사는 잡다한 생각에 지친 마음을 정돈하기엔 최적의 장소다.

 

 

구름을 몰고 산을 넘나드는 바람이 만드는 풍경소리에 머릿속이 잠잠해진다.

 

 

 

구름 아래 마을은 의령이라는데 의령에 '이병철' 생가가 있다. 여기서 기도하면 부자된다는 설이 있다며 주지스님께서 영업용 발언을 하신다. 

 

 

정취암이 자리잡은 대성산 산신이 모셔진 곳에 누군가 귀여운 동자승 인형을 갖다놨다. 

 

 

기원이 오래 된 천 년 고찰인 이곳에서 세월과 함께 조금씩 변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암괴석이 무슨 말이라도 하는 듯 모양새가 유난히 눈길을 끈다.

 

 

 

 

평소엔 산아래 안개가 가득하여 아랫 동네가 잘 보이지 않는데 오늘 우리가 간 시간에 갑자기 시야가 좋아졌다며 또 주지스님은 기분 좋아지는 말씀을 마구 해주신다. 

 

역시 사람은 웃으면서 립서비스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서로 행복해진다.

 

 

 

한참을 돌아 올라온 굽이진 길이 이승과 이어진 유일한 길, 마음이 너무 편안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있었다. 

 

 

 

 

 

다시 안개가 산을 품고 시야를 가린다.

 

 

바람이 한 번 더 불 때까지 기다렸다가 내려가는 길에 또다시 열린 장관을 카메라에 담아보지만, 사진은 직접 본 것과 정말 다르게 느껴지는 감동의 규모가 반도 안 된다.

 

 안개에 싸여 지도에서 금세 사라질 것 같은 정취암을 뒤로 하고 우리는 다시 속세로 돌아왔다.

 

7월 30일 사천,  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