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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내기 맛내기

오늘의 보양식

by 자 작 나 무 2005. 6. 17.

 
 
아침에 어린이집 차를 놓친 바람에 아이를 데려다주러 식전부터 나가야 할 참이었다. 우리집에서 그동네로 가는 버스가 없어서 버스를 타고 가면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시간 맞추려고 애쓰는데 간혹 어린이집 차가 잠시 기다려주지도 않고 쌩~ 가버리는 날이 있는데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아이 데려다주고 돌아오는데 아침 꼬박 꼬박 먹는 내가 굶고 나온 탓에 돌아오는 길에 걸음이 자동반응처럼 마트로 향했다. 밥은 안먹어도 화장은 안하고 나갈 수가 없다. 요즘 애들은 워낙 시각적으로 발달해서 아이 데려다주러 가면 어린이집 원아들이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꽤재재하게 해서 갔다간 지영이 왕따 분위기로 몰릴 여지가 있다는 판단에 어린이집에 갈 때는 될 수 있으면 화장은 꼭 하고 간다.
 
시장보기엔 이른 시간, 마트에서 휘적휘적 한 바퀴 돌다가 생닭 한 마리를 집었다. 인삼이랑 영계를 집었다가 만들어서 아이가 안 먹으면 혼자 먹을 생각하니 아무래도 아이가 한 점이라도 집어먹을 가능성이 있는 요리를 하는게 좋겠다 싶어 닭찜을 하기로 했다.
 
요리책에 나온대로 그럴싸하게 하려면 재료를 더 많이 사야하니 집에 있는 재료 총출동시켜 대략 비슷하게 만들면 먹지 싶었다. 닭 한 마리에 들어갈 야채 두 배를 넣었다. 나는 고기를 건져먹는 것보단 고기 국물이 약간 배인 간장맛 나는 채소 익은 걸 더 좋아한다.

 

감자탕 같은걸 먹고 싶어도 먹으러 갈 기회가 거의 없으니 이렇게라도 해서 감자탕에서 건져먹는 감자맛 비스무리하게 해서 감자나 실컷 먹을 참으로 재료 준비할 때 유난히 감자를 많이 깎기는 했는데 정말 만드는 중에 보니 이게 닭요리인지 감자요리인지 구분이 안간다.
 
그래도 일단 보기와 달리 맛이 있고, 지난번 닭찜에는 넣지 않았던 고춧가루도 살짝 넣고 나중에 아이가 오면 당면을 넣어 건져먹으려고 국물도 넉넉하게 부었다. 한 그릇 푸짐하게 퍼서 건져먹어보니 맛은 괜찮은 것 같은데 역시 혼자 먹으니 별 맛이 없는 것 같다. 전에 요리를 좋아하시던 어머니께서 이것 저것 만들어서 나를 옆에 불러앉혀 놓고 맛보게 하신 후 맛이 어떠냐고 자꾸 물으시던게 생각이 난다.
맛있다는 말을 좀 효과적으로 해드리면 그렇게 좋아하실 수가 없었다. 나도 그렇다. 지영이가 내가 해준 요리를 먹고 막 웃으며
 
"나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이게 제일 맛있어..."
이런 뻔한 말을 해줄 때 나는 하늘을 나는 기분이다.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을 보면 나도 행복해진다. 요리를 할땐 내가 맛있게 먹겠다는 마음보다는 누군가 맛있게 먹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앞서고 그 마음이 양념이 되어 더욱 행복한 맛을 내는 것이다.
 
 
감자 몇 알 건져먹고 고스란히 남겨두었다. 닭 한 마리 사면 우리 두 식구가 먹기에는 많은 양이다. 남겼다 데워먹으면 처음 먹는 맛보다 못할 때가 많으니 남겨서 버리기 일쑤고 차라리 밖에서 한 그릇 사먹는게 저렴하고 편하다.
 
저녁 무렵 아이가 돌아와 제발 저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길~~
 
 
 
*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아이들을 위한 맵지 않은 닭찜
 
1. 손질해놓은 닭을 저며놓은 생강과 함께 끓는 물에 2-3분 데쳐낸다.
(기름기도 빠지고 누린내도 없어진다.)
 
2. 감자, 당근, 양파, 표고버섯 등.. 야채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닭과 함께 뭉근한 불에 조리하게 되므로 뭉그러지지 않게 하려면
좀 크게 써는게 좋다.
 
3. 양념장 만들기
간장, 다진 마늘, 다진 파, 참기름, 깨소금, 후추, 설탕 등을
적당량 섞어서 준비한다. 매운걸 좋아하면 고추가루도 첨가.
 
4. 데쳐서 건진 닭과 손질한 야채를 넣고 물을 자작하게 붓고
만들어놓은 양념장 반을 넣고 중불에 조린다. 한 소끔 끓으면
나머지 양념을 마저 넣고 아래 위로 섞어주면 골고루 양념이
골고루 배인다. 맛술을 넣으면 남은 누린내도 없어진다.
 
5. 불린 당면을 마지막에 넣어서 주면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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