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바지락 한 그릇을 얻었다. 시장 안 가고 그걸로 저녁 메뉴를 해결할 생각으로 소금물에 담가 해감하고 끓인 물에 살짝 데쳐서 건져내고 국물을 만든다는 것이 좀 심하게 데쳐서 뽀얀 국물이 나오지 않았다. 조갯국의 면모를 보이기엔 싱거운 국물 맛을 낼 수밖에 없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일단 끓였다.
맛술을 넣어 남은 비린내를 제거하고 소금과 후추를 넣고 마늘, 쪽파, 풋고추를 넣었더니 제법 맛이 시원한 게 그럴듯해졌다. 딸은 조갯국은 안 먹는다고 입을 벌리지 않고 인상을 쓰다가 마지못해 한 숟갈 먹어본 뒤에 밥을 더 달라더니 국물에 말아 먹기까지 하는 걸 보니 성공한 것 같았다.
그런데 역시 조금 진한 맛이 아니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 끓여 놓은 조갯국 국물을 체에 거르고 조개는 살만 발라내서 국물에 퐁당 넣고 냉장고 뒤지니 나오는 채소 종류대로 듬성듬성 썰어 넣고 된장도 한 숟갈 풀어서 끓여버리니 졸지에 맑은 조갯국이 조개 된장국이 되어버렸다.
나중에 마음 내키면 마트에 가서 연두부라도 한 모 사다가 넣으면 더 맛있을 것 같다. 요즘은 얼렁뚱땅 뭐든 만들면 신기하게도 맛있게 된다. 역시 집에 가만히 있으니 자연히 살림하는 쪽으로 머리를 쓰게 되는 모양이다. 내가 만들고 내가 먹고 자화자찬 요리 코너를 하나 만들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