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청곡사에서 내려오는 길에 가끔 집구경하러 가던 전원마을을 지나가다가 거기도 들러보자고 한마디 건넸더니 바로 핸들을 돌리신다.
작은 전원마을 구경하다가 마침 다른 집보다 귀한 여름꽃이 많이 핀 집 마당에 눈길이 간다. 밖에서 보고 있으니 주인 아저씨께서 마당으로 들어와서 구경하라신다.
초대받은 마당에서 화단에 심어진 꽃을 종류대로 낱낱이 다 들여다보며 구경했다.
골든레트리버와 진돗개 한 마리가 있다. 낯선 우리를 보고 짖기에
"우리 꽃구경만 하고 갈게. 짖지 마~"
그랬더니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얌전하게 앉는다.
다알리아가 정말 귀엽고 탐스럽게 피었다.
내가 사진 찍으며 그 댁 손녀딸과 간단한 대화를 하는 동안 안주인이 마당으로 나오셨다. 그리곤 우리를 반기며 이꽃 저꽃에 얽힌 사연과 가격 등 여러 가지를 알려주신다.
지난주에도 어느 사찰에서 그런 일이 있었는데 이번에 또 그런 일이 생긴다. 우리를 처음 본 사람이 베푸는 과한 친절.
야외 풀장에서 신나게 놀던 아이들도 웃으며 나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한다.
꽤 덩치 큰 고양이가 나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선다.
너무 가까이 오려고 해서 당황스러워서 살짝 물러섰다.
저쪽에서 놀던 다른 고양이도 또 다가온다.
귀엽지만 만지긴 무서워서 한 발 물러섰다. 막 비비려고 다가오던 걸음을 감지했다. 우리집 마당에 옛날에 살던 고양이가 하던 익숙한 행동이다.
안주인께서 나와서 내가 꽃보고 좋아서 호들갑 떠는 걸 보시더니 나눠줄만한 화초를 이것저것 고르시더니 선생님 가슴에 막 안겨주신다.
한두 가지 주시고 말아야 할 것 같은데 마당을 빙 돌아가며 이것저것 계속 뽑으신다. 다른 계절에 오면 다른 것도 나눠주시겠다는 말씀까지.....
우리는 구경만 해도 감지덕지한 상황이었는데 왜 그렇게 친절하신지......
너무 많이 뽑아주시니 아저씨께서 한마디 하신다. 그렇게 다 뽑아줘도 되냐고...... 아저씨께서 말리지 않으셨다면 그 집 마당 거덜 낼 뻔했다.
놀랍고 행복한 경험이었다. 처음 보는 사람을 집안으로 흔쾌히 청해서 들이고, 또 다른 사람은 나와서 비싼 값에 사서 심었다는 화초 자랑을 하시다가 막 뽑아서 나눠주신다.
생각지도 못한 일을 반복해서 겪으며 나와 함께 다니니 계속 좋은 일이 생긴다고 나를 더 예뻐해 주시는 분께, 아침 일찍 거제에서 우리 동네까지 와서 나를 태우고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동행해주신 분께 하늘이 내리는 작은 축복 같은 거라고 말씀드렸다.
나이 차이와 관계없이 만날수록 더 돈독해지는 우리는 참 좋은 인연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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