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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0>

곰곰이 생각해보니

by 자 작 나 무 2020. 9. 22.

 

어제까지 있었던 일을 생각해 보니 한 일주일 남짓 지나는 동안 내가 쓴 글이나 찍은 사진 그 외의 것을 들여다보니 아무래도 이상하다. 어디 문제가 있는지 의아한 지점이 꽤 있었다.

 

9월 21일

 

3학년만 먼저 시험 치고, 낮에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어 통제할 당번으로 내가 첫 번째 당첨. 누군가 그랬다. 못한다, 안 한다고 고개 저을 수 없는 가장 약한 고리만 공략해서 걸린 거라고......

 

 

 

어쨌든 4시간 저 자리 앉아서 퇴근 후에 초과근무도 걸지 못하고, 밀린 연수를 들을 수도 없는 환경에서  할 수 있는 건 혼자 잘 노는 것이다. CCTV 있는 자리에서 졸기 민망해서 책 보고 글도 베끼어 썼는데 하필 저 문장을?

 

역시...... 어디 아픈가? 사춘기도 아니고, 사춘기보다 무섭다는 갱년기에 이런 증상도 생기는 건가?

 

지난주에 주문해서 속속들이 도착한 내 택배 상자에는 각각 새로 산 영양제가 들었다. 

 

5시 반에 당번 끝나고 그대로 잠들 것 같은 몸을 이끌고 좀 걷기로 했다. 마침 전날 새 운동화도 샀다.

 

 

쓰던 똑딱이 카메라는 빛이 적으면 사진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아서 휴대폰으로 찍은 것과 섞였다.

 

 

해가 진 뒤 건너편에서 보면 반짝이는 이쪽 길로 쭉 걸어보니 하수종말처리장이 막다른 길에 있다. 건너편에 보이는 곳은 한방 펜션 촌

 

 

졸리고 기운 빠진 상태였다가 이 지점에서부터 신이 났다. 가로등 장식물이 꼭 구름바다에서 래프팅 하는 것처럼 보여서 그거 들여다보며 사진도 찍고 바람이 훑고 간 구름을 보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경호강에 긴 다리를 쑥 담그고 물길을 거슬러 슬금슬금 걸으며 뭔가를 찾던 백로가 눈앞에서 그림처럼 날아오른다.

 

드디어 기분이 좀 풀려서 사진도 한 장 찍었다. 근래에 저 색깔 립스틱을 꺼내지도 않았다가 어제 어쩐 일인지 색이 선명한 저 립스틱을 덧바르고 나갔다.

 

평소와 다른 것을 특별한 이유 없이 충동적으로 할 때 자신을 의심하게 된다. 자신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인지능력에 변화나 문제가 생겼는지 의심스러운 상황을 그때는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다.  감정이 넘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상황이다.

 

 

 

 

 

불새의 비상

 

 

눈썹 같은 달이 불새 옆에 나란히 떴다. 

 

 

 

 

 

 

 

약초시장 방향에서 강 건너에 보이던 큰 글씨 근처에 데크로 만든 길에 꼭 가보고 싶었는데 비 많이 온 뒤 한동안 공사 중이라고 길을 막아놨더니 이번엔 길이 열려 있다.

 

 

얼른 올라와 보고 싶어서 단숨에 오르기엔 좀 길었던 계단을 다리가 퍽퍽해지도록 견디며 올라섰다. 마침, 내 뒤에 아줌마 세 분이 올라오면서 시끄럽게 이야기하는 소리에 도망치듯 먼저 올라가 버리고 싶었다.

 

 

 

 

 

 

 

 

딸이 골라준 새 운동화 신고 오늘 목표한 만큼 걸었다.

 

 

 

* 9월 22일

지난 금요일에도 호들갑스럽고 유난을 떠는 나를 발견하고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까지 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실망스러웠다. 토요일에도 감정의 기복이 심해서 무슨 금단증상이라도 겪는 사람처럼 괴로웠다. 지난주 내내 엄청나게 감정적이고 평소의 내 모습과는 다른 면이 유난히 많이 보여서 자아정체성에 혼란을 느낄 정도였다.

 

나는 호르몬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몸이 그토록 급격한 변화를 위해 준비하고, 그 변화 과정에서 내뿜는 호르몬의 영향력은 무방비 상태의 나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가끔 거의 정신병 수준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지극히 정상이다. 건강하지 않았다면 이런 경험과는 또 다른 갱년기 증상을 겪고 있었을 텐데. 쉽게 내가 겪어보지도 않은 그 지점으로 가버리면 좋겠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 말아야겠다.

 

자연의 섭리와 다름없는 이 상황과 증상에 오히려 감사해야 할 나이다. 언제 끝날는지도 모르는 시한부 호르몬의 향연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해야겠다. 제때 알아채기만 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한동안 늙고 싶지 않다는 염원이 강했던 것인지, 내 몸은 며칠 전에 끝났어야 할 상황이 의외로 길어져서 당혹스러울 정도의 경험을 한다. 우스갯소리로 오늘 멋쩍게 웃으며 회춘했다고 말했다. 호르몬 덩어리인 고등학생들 틈에서 온종일 지내다 보니 어쩌면 그 영향을 받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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