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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0>

연휴가 처음으로 짧게 느껴졌다.

by 자 작 나 무 2020. 10. 4.

이번에는 5일간의 연휴가 짧다고 딸이 툴툴거렸다. 늘 집에서 함께 생활할 때 닷새를 보내는 것과 오가는 생활을 하며 닷새를 함께 지내는 것은 다른 모양이다. 해마다 8월 말부터 추석까지 새우 철이라 매주 새우를 많이 사 먹었는데 올해는 한꺼번에 몰아서 새우를 실컷 먹었다.

 

해마다 추석에 어디든 나서지 않고 조용히 지냈기에 밖에 나가지 못하는 것이 새삼스럽지 않다. 필요이상의 뭔가를 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있어도 일부러 무심할 필요는 없는데 나는 다소 냉정하고 무심하게 산다. 굳이 인사하지 않아도 될, 챙기지 않아도 잘 살 누군가를 찾아서 챙기지는 않는다. 

 

잊지 않고 내 딸의 허한 부분을 따뜻한 말과 관심으로 챙겨주시는 이재운 선생님께 늘 감사한데 어떤 인사를 드려야 마땅할지 모르겠다. 

 

명절마다 나물밥을 한그릇 함께 먹는 친척 같은 이웃 나현이네. 올해도 밥 먹으러 오라는 전화받고 그 집에서 나물밥을 한 그릇 먹고 왔다. 김장할 때 수육 만들어서 갓담은 김치 먹으러 가고 싶어서 딸이 김장철을 기다린다. 

 

8월 언젠가 바닷가 산책나갔다 온 뒤로 늘 가던 바닷가에 꽤 오래가지 않다가 어제저녁에 다녀왔다. 가로등 공사 중이어서 바닷가가 깜깜하고 달도 구름 뒤에 숨어서 추석 무렵 바닷가에 환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추석엔 날씨가 좋아서 달도 보기 좋게 떴는데 그전날 시계 사러 시내 나갔다 와서 딸이 꼼짝도 하지 않으려 해서 나도 함께 창 너머로 뜨는 달을 봤다.

 

해마다 같은 원피스 입고 나가서 사진 찍는 것도 작년엔가 재작년에 옷을 바꿔야 한다는 말을 들은 뒤에 그 원피스를 한 번도 입어보지 않았다. 한 2년은 잠시 날씬했다가 다시 살쪄서 이제 그 옷이 들어가기나 할지 모르겠다. 연휴를 보내러 집에 오면서 산 식자재 중에 더덕과 콩나물이 남았다. 어제 문어 라면 끓이면서 거기에 콩나물을 넣었어야 했는데 깜박했다.

 

더덕 구이하고, 김치볶음밥 만들면서 남은 문어 다리를 넣고 콩나물은 무쳐서 함께 내면 한동안 같이 밥 먹기 힘든 딸과 짧은 닷새 연휴 마지막 점심이 되겠다. 이번 연휴에 경남수목원에 함께 가기로 했는데 연휴가 짧고 해야 할 일이 남아서 거기는 못가겠단다. 다음 주말쯤엔 수목원 가서 같이 걸으면 좋겠다. 올해는 진주 유등축제도 없고, 통영 한산대첩 축제도 없고 해마다 빠짐없이 돌아가던 많은 것이 코로나 19로 인해 멈췄다. 

 

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사진도 한 장 찍지 않았는지 나중에 궁금할까봐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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