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나 리조트 뒤로 난 산책길 가로등은 전부 뽑아내고 새로 가로등이 설 자리에 전선을 뽑아놓는 작업을 해놨다. 저녁에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는 그 산책길까지 가면 이어폰을 빼고 바닷가에서 들리는 악기 소리를 들었는데 어제는 어둠 속에서 조금씩 들리는 잔잔한 파도소리만 들으며 걸었다.
익숙한 길이어도 구름에 달까지 가려서 꽤 음산한 느낌이 들었다. 관광객이 주로 빌려타는 전동 킥보드에 달린 빛이 정면으로 비춰서 상당히 공격적이다. 킥보드에 등을 그따위로 단 업주를 고발해야 할 정도로 심각해서 산책길에 마음이 가라앉아야 하는데 화부터 났다.
그 빛의 강도가 운전 중에 건너편 도로에서 상향등 켜고 들어오는 차의 불빛보다 더 강하게 느껴져서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순간 실명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걸 반복적으로 겪고 보니 또다시 그 길에 나가는 것이 싫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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