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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0>

수요일이 좋다.

by 자 작 나 무 2020. 10. 7.

어제 이후로 감정에 치이고 들뜨던 대부분의 문제는 저절로 해결되었다. 호르몬의 역습, 그때에 이르기 전 며칠 동안이 항상 고비다. 이번엔 너무 주기가 빨라져서 변화의 원인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당황스럽기 짝이 없는 시간을 며칠 보냈다.

 

엄청난 호르몬이 또 나를 그렇게 무참하게 흔든 거다. 대적할 수 없다면 그때는 감정이 고조되어야 할 수 있는 뭔가를 하도록 생각을 바꿔서 적응하면 좋은데 매번 증상이 같은 것은 아니다. 이번엔 정말 큰일 낼뻔했다. 

 

오늘은 오후에 천 한 장을 얻어서 오른쪽 아래 모퉁이에 꽃을 그렸다. 몇 송이 그리고 나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서 아직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지난번에 고무신에 꽃을 그리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배워서 그려야 하는데 그럴 상황은 안 되고, 그래도 잠시 틈 내서 재료를 얻어서 흉내라도 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에 만족하기로 한다.

 

나중에 언젠가 정말 하고 싶으면 재료 사서 차근차근 그려볼 기회를 만들면 되니까 그냥 맛보는 정도면 충분하다.

 

우리에게 붓과 물감을 내주시고 간단한 그림 지도를 해주시는 선생님 작품

 

 

나와 함께 같은 시간에 그린 꽃고무신을 신으신 남선생님께선 오늘 고운 개량한복을 입고 오셨다.

 

오늘은 잠을 좀 자고 나와서 눈이 반짝 

 

 

 

 

 

구절초인지 쑥부쟁이인지 나도 모르겠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꽃 몇 송이 그렸는데 미완성이지만 가을 분위기가 난다. 오후에 수업 없는 날, 수요일. 연가를 조퇴로 쓰고 밖에 나갈 수도 있고, 그림 그릴 수도 있는 여유를 가끔 가질 수 있는 수요일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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