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교차가 심한데 어제는 유난히 낮에 더워서 입고 있던 블라우스가 땀에 젖을 정도였다. 퇴근한 뒤 읍내 세탁소 들렀다가 그대로 기숙사에 들어가서 잘까 걸을까 망설이는데 마침 부사감님이 나를 발견하시고는 매일 걸으러 가는 길이 어디냐고 같이 걷자고 하신다.
늦게 나가서 어두워지는데 멀리 걷기도 곤란하고, 빨리 걸어야 운동이 되니까 빨리 걷자 하셔서 눈치껏 적당한 속도로 걷는데도 따라오지 못하고 종종 돌아보면 달음박질하듯 나를 향해 뛰어오시기를 반복하셨다. 산길을 그리 잘 걸으신다는데 다음에 함께 가보기로 한 꽃봉산 정자 가는 길에는 내가 그렇게 뒤처져서 걷게 되겠지.
지곡사 앞 내리 저수지까지는 가지 못하고 지성마을 앞에 등을 밝혀놓은 저수지까지 걷고 돌아왔다. 저녁에 업무 시작하시는 분을 지치게 할 수는 없으니까......
혼자는 동네 산책하기도 망설여진다고 내 뒤를 종종 따라서 오시던 분의 얼굴은 나이만큼 주름졌어도 눈빛은 삶의 애환과 애수가 함께 깃들어있고 생각이 맑은 사람처럼 보였다. 누구든 가까이 다가서는 사람이 아니면 먼발치에서 지나치는 나는 겪어보기 전에는 차가워 보이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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