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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0>

10월 26일

by 자 작 나 무 2020. 10. 26.

어제 저녁,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경기도 어딘가를 지나면서 아파트가 즐비한 스카이라인 사이로 지는 노을을 봤는데 다시 돌아온 현실은 저녁 8시인데 불 꺼진 작은 읍내에 발을 딛자마자 곳곳에 인분 거름을 뿌린 밭에서 바람과 함께 마스크를 뚫고 엄습하는 독한 냄새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곳에서 한철 사는 것이 아니라면 과연 이런 삶을 견딜 수 있을까?

 

평화로운 산책길은 밭에 뿌린 인분 거름 냄새 때문에 나설 수가 없고, 오후 6시면 일제히 어두워지는 춥고 바람 부는 거리에 혼자 나서는 것이 이젠 망설여진다.

 

오늘은 점심 먹고 동네 한 바퀴 하면서도 그 역한 냄새에 점심 먹은 것을 토하고 싶을 정도였다. 도대체 어디에 민원을 넣어야 이 동네 구린내나는 바람을 피해 창문 열어 환기도 시키고 기분 좋게 밥도 먹을 수 있는 것일까?

 

시간이 지나면 점점 이 냄새는 옅어지겠지만, 그 사이 가을은 다 지나가겠지. 그나마 경치 좋은 곳에서 퇴근 후에 한 시간 남짓 걷는 것으로 외롭고 밥 먹을 곳 없는 곳에서의 삶을 최대한 좋은 쪽으로 생각하며 위안 삼아 겨우 견디며 지냈던 모양이다.

 

기분 좋게 걸을 수도 없어서 나선 김에 마트에서 김밥 한 줄에 컵라면 하나를 사서 돌아와서는 몇 젓가락 먹는 둥 마는 둥......  지난주 내내 견뎠던 냄새가 아직도 역하다.

 

점심 먹고 남 선생님과 동네 한 바퀴...... 냄새 나지 않는 곳이 없다. 조금만 신경 써서 약간의 가격 차가 나겠지만 발효시킨 거름을 뿌리면 이렇게 역하진 않을 텐데...... 미칠 노릇이다!!!

 

한옥, 기와집 좋아하시는 남 선생님은 골목골목 누비며 예쁜 기와집을 탐색하신다. 

 

이 아름다운 풍경에 온종일 몇 날 며칠 구린내가 정말 무진장 역하게 난다. 정신이 혼미해지다 못해 기분이 정말 별로다...... 이번 주는 견디고 금요일에 도망치듯 이 동네를 빠져나갔다 돌아오면 그다음엔 괜찮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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