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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0>

10월 27일

by 자 작 나 무 2020. 10. 28.

가볍게 학교 주변 한 바퀴 돌자고 하셔서 나갔다가 한낮의 볕은 뜨겁고 그늘진 곳이 없어서 꽃봉산으로 향했다.

 

정말 걷고 싶지 않은 계단이 끝없이 위로 이어져있다. 평지는 걸어도 경사진 길을 걷는 것은 잠시 산책하는 정도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조금 걷다 보니 얇은 블라우스만 입었는데도 땀이 난다.  내가 먼저 항복했다. 꽃봉산 정자는 다음 기회에 보기로 하고 내려왔다.

 

 

해결할 수 없는, 해결하기 힘든,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을 두고 조심스럽게 오가는 대화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일과 마치고 예전처럼 걷기엔 주변에 발효 덜 된 인분 퇴비 구린내가 지독해서 전날도 그대로 기숙사에서 시간을 보냈다. 무작정 옆자리 선생님 퇴근하는 차에 올라탔다.

 

익숙한 곳에 내려서 방황하다가 단골 국숫집에 갔다.

 

딸은 이미 저녁을 먹었다고 하니 혼자 국수 한 그릇 먹고

 

아무리 바쁘다고 밖에 나올 수 없다지만 진주까지 찾아가서 그냥 돌아오기 섭섭해서 이것저것 먹거리를 사서 딸의 자취방에 찾아갔다.

 

이미 저녁을 먹은 뒤여서 샤인 머스켓 한 송이 씻어서 조금 먹고 일어섰다.

 

내 행색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교회 아줌마 패션이라며 흉을 잡더니 입고 갔던 면자켓을 벗어놓으란다. 그리곤 자기 옷장에서 꺼낸 조금 나아 보이는 외투를 건네준다.

 

딸 : "마스크 걸이는 촌스럽게 왜 했어?"

나 : "학교에서 두 개씩 내줬어..... 아무 데나 놓으면 더러워질까 봐 하라고 주는 거니까 그냥 하고 다니는 거지. 내가 이런 거 사서 쓰겠니?"

 

잠시 과일 먹고 간식거리를 나누는 동안 한동안 못 본 엄마에게 사랑의 잔소리를 마구 날려준다.

 

 

자기가 쓰던 립스틱을 보여주며 립스틱 끝이 뭉그러지게 쓰지 말고 처음에 샀을 때처럼 각이 서는 방향으로 쓰는 게 좋다고 가르쳐준다. 이제 막 화장을 새로 시작한 애가 별 것을 다 안다. 한 가지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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