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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0>

11월 3일

by 자 작 나 무 2020. 11. 3.

잠시 외출했다가 돌아오신 남 선생님께서 퇴근하는 내 옷자락을 붙드신다. 돌아보니 가방에 반찬통 챙겨 오신 걸 슬쩍 밀어주신다. 얼마 전에도 종류대로 반찬을 담아서 갖다주셔서 안 먹을 저녁을 먹기도 했는데 오늘도 반찬 몇 가지를 담아서 가져오셨다.

 

올가을 들어서 여러 분의 호의를 받아서 어찌 다 소화할지 걱정이다. 자신밖에 모르고 자신밖에 챙길 줄 모르는 사람이 된 나에게 본보기를 보여주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자신을 챙길 줄 몰라서 그렇게 망가뜨렸다가 사람처럼 살려니 쉽지 않다.

 

감사한 마음과 온기를 품고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한 사람으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

어떤 선의의 말과 행동이거나 순간 넘친다고 생각하면 입을 다물고 삼키고 멈춰야 한다는 사실을 경험치로 충분히 알게 되었다. 차라리 조금 부족한 것이 나을 때가 있다. 

 

3주 뒤에 닥칠 문제로 어제는 해결책이 마땅하지 않아서 걱정해야 하나 생각했는데 하루 지난 뒤에 거짓말처럼 내가 바라던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해결되었다. 앞서서 걱정하지 않아도 그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긴 했다. 그래도 기회가 생겼을 때 방법은 찾아야지 생각하고 한 마디 건넨 것이 적정했던 모양이다. 

 

오늘은 낮에 바람이 너무 거세서 나뭇가지에 간신히 붙어있던 잎이 일제히 바람에 쓸려 흩날리고 부러진 잔가지도 바람에 날렸다. 어제 초저녁부터 꽤 오래 가만히 누워서 잠들지 못하고 가수면 상태로 누워있었다. 깊은 잠은 들지 못해도 머리도 몸도 쉬어준 만큼 오늘의 일과는 크게 부대끼지 않고 잘 넘겼다.

 

어제 길에서 분노하던 대상과 감정이 억지로 생각을 돌이키지 않으면 자리를 잡지 못하고 헤매곤 하던 것이 저녁 늦게 가다듬어졌다. 아나파나가 도움이 되었다. 생각을 단순히 돌려세워서 마음을 달리 먹는 것과 그 에너지를 돌아갈 곳에 정돈하는 것은 확연히 다른 것이다. 순연한 흐름이 진행되기 전에 한 번은 그렇게 급류를 타고 뒤집어져야만 했던 것인지. 

 

*

지영이 사입힌 후드티가 예뻐서 나도 하나 샀다. 지영이 몸에 넉넉해 보여서 한 사이즈 작은 것으로 샀는데도 어깨선이 너무 커서 벙벙한 것이 내가 입으니까 백곰 같다. 그래도 따뜻해서 이것 하나 입고 운동하니 딱 좋다.

 

사기 셀카도 찍어줘야 제맛이고, 찬바람 맞기 싫어서 실내에서 빈둥거리다가 체력단련장에서 깔짝거리는 게 전부지만 그래도 옷 새로 샀으니 운동하는 시늉이라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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