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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0>

고백

by 자 작 나 무 2020. 11. 16.

마트에 들러서 김밥 한 줄 사고

평소에 사지 않던 과자도 두 봉지나 샀는데

기숙사에 도착하니 분위기가 이상하다.

 

아...... 깜박하고 잊고 있었다.

일요일 저녁 9시 기숙사 치킨데이다!

2명씩 짝지어서 교촌 치킨 혹은 뿌링클 한 마리씩.....

 

내 방으로 들어가는 복도에서

예쁘장한 여학생 한 명이 나를 불러 세운다.

 

“선생님..... 저.... 이건 좀 하기 힘든 이야기인데요.....”

“왜? 무슨 일 있어?”

“저..... 선생님 많이 좋아해요....”

 

몸을 비비 꼬며 어렵게 하는

그 여학생의 생각지도 못한 고백에 나도 모르게

손에 어깨에 주렁주렁 메고 있던 가방과 함께

그 예쁜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근데.... 너 몇 반이야?”

평소 수업 시간에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안타깝게도 얼굴을 잘 모른다.

 

“@반이에요.”

“어우.... 하기 힘든 이야기 해줘서 고마워~”

 

갑자기 기분이 너무 좋아져서

배도 고프지 않다.

좀 얼떨떨하지만, 기분 좋다.

 

남자에게 사랑 고백받은 것도 아닌데....

학생이 나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는 말이

내가 인간적으로 나쁘진 않다는

평가로 느껴져서 나도 어쩐지 설레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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