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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0>

모닝커피를 마시며......

by 자 작 나 무 2020. 11. 16.

어딘가 돌아갈 자리가 있다는 것이 주는 안도감에

서울에서 보낸 주말은 번잡했으나 나에겐 다채로운 자극이었다.

 

퇴근과 동시에 곧 해가 지고,

햇볕 없는 산길은 서늘하고,

침통하여 차마 나설 수 없었다.

 

어딘가 이야기할 누군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

일없이 사람이 모여든 카페라도 가서

낯선 사람이라도 간혹 바라보며 책이나 읽을까 했다.

 

언니네 아파트에서 내려다 본 풍경, 아직은 가을

 

산청은 카페조차 한산하여

이방인인 내가 들어서면

더 어색한 기운이 돌 것 같아서 걸음이 헛돌았다.

사람의 온기가 필요한데

책 속에 시선을 두고 마음을 내려놓으면

흔들리던 마음은 어느새 눈물이 되었다.

 

사람, 온기, 대화, 그리고 와인.......

덕분에 얼굴엔 화색이 돌고 편안하게 웃던 내 모습으로 돌아왔다.

 

샐러드와 커피, 빵으로 해장을......ㅋ

 

돌아갈 자리는 꼭 집이 아니어도

간혹 떠돌다가 떠나야 할 곳이어도

잠시 스쳐갈 인연이어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삶을 온화하게 해 준다.

 

새벽까지 취기 오른 거리를 지나서

나를 환영해주는 공간에서

누군가 익숙해진 사람과 함께 잠드는 것,

깨어난 아침 부스스한 모습으로

함께 커피를 마시는 것.......

같은 노래를 듣고 아무 말이나 해도 

흉잡힐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

 

서울의 낯선 곳, 쓸어내지 않은 낙엽

 

그 모든 것이 누군가와 함께여야 

비소로 완성되는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 

잠시 삶이, 가슴이 따뜻해진다.

 

건조한 이 공간을 촉촉하게 해 줄 새로운 귀요미

 

잠시 머무는 곳이지만, 다시 돌아온 내 자리에서

익숙한 노래를 들으며 새로 사 온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마시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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