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돌아갈 자리가 있다는 것이 주는 안도감에
서울에서 보낸 주말은 번잡했으나 나에겐 다채로운 자극이었다.
퇴근과 동시에 곧 해가 지고,
햇볕 없는 산길은 서늘하고,
침통하여 차마 나설 수 없었다.
어딘가 이야기할 누군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
일없이 사람이 모여든 카페라도 가서
낯선 사람이라도 간혹 바라보며 책이나 읽을까 했다.
산청은 카페조차 한산하여
이방인인 내가 들어서면
더 어색한 기운이 돌 것 같아서 걸음이 헛돌았다.
사람의 온기가 필요한데
책 속에 시선을 두고 마음을 내려놓으면
흔들리던 마음은 어느새 눈물이 되었다.
사람, 온기, 대화, 그리고 와인.......
덕분에 얼굴엔 화색이 돌고 편안하게 웃던 내 모습으로 돌아왔다.
돌아갈 자리는 꼭 집이 아니어도
간혹 떠돌다가 떠나야 할 곳이어도
잠시 스쳐갈 인연이어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삶을 온화하게 해 준다.
새벽까지 취기 오른 거리를 지나서
나를 환영해주는 공간에서
누군가 익숙해진 사람과 함께 잠드는 것,
깨어난 아침 부스스한 모습으로
함께 커피를 마시는 것.......
같은 노래를 듣고 아무 말이나 해도
흉잡힐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
그 모든 것이 누군가와 함께여야
비소로 완성되는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
잠시 삶이, 가슴이 따뜻해진다.
잠시 머무는 곳이지만, 다시 돌아온 내 자리에서
익숙한 노래를 들으며 새로 사 온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마시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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