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첫날
아침에 원격업무 프로그램을 열어 열심히 로그인한다. 몇 번의 에러 메시지와 함께 5분 뒤에 접속하라는 지시를 반복해서 받고 다시 접속해도 정보가 일치하지 않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만 한다.
분명 지난 주말에 퇴근 전에 원격 로그인 패스워드를 재설정하고 왔는데 이건 웬 말인가? 수없이 반복해도 안 될 때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얼른 뛰어가서 세수부터 한다. 그리고 얼굴에 한 가지씩 발라야 할 것을 바르면서 빨리 생각한다.
10시 전이니까 점심시간 전까지 그 동네에 도착하고 일 보고 돌아오는 방법 - A 선생님께 부탁해서 함께 간다. B 선생님 차를 타고 함께 간다. 시외버스를 환승하고 간다. 세 가지 방법을 시뮬레이션해 본다. 절레절레
인근 학교에 가서 내 인증서를 써서 그냥 업무 메일을 보낸다. 수능 시험장인 학교는 보안 및 방역 때문에 내가 사사로이 들어가서 내 일을 본다는 것이 아무래도 내키지 않는 선택이다.
노트북 외에 원격 업무포탈이 깔린 다른 컴퓨터로 접속해본다. 머리는 어제 오후에 감았으니 감지 않고 시외버스를 탈 수도 있는 상황을 끌어다 놓는다. 그리고 데스크톱 컴퓨터로 프로그램을 열어 로그인해본다. 비번이 안 통하긴 마찬가지. 밑져야 본전인데 뭘 못 해보나. Caps Lock을 켜고 해본다. 헉~ 이거였다.
나이스로 원격 업무 비번 바꿀 때 내 컴퓨터에 Caps Lock이 켜져 있었던 모양이다.
여러 가지 상황 대응 시스템을 시뮬레이션하고 초기 준비 단계를 마쳤는데 상황 종료. 오후에 제출할 업무 메일 정리하고, 내일 올릴 온라인 수업 준비하고 쉬어야겠다. 문제가 생기면 어떻든 해낼 수 있는 위기 대응 시스템은 내장되어 있으니 걱정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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