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당황스러운 일과를 겨우 시간 안에 처리하고 나니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한 가지 해결했으니 괜찮을 줄 알았는데 하루 9시간 재택근무 일과가 끝나기 전에 한 가지 해결하기 힘든 문제가 있었다. 컴퓨터가 두 대가 아니었으면 해결 못 했을는지도 모른다.
노트북을 안고 재택근무지를 제주도 호텔이나 어딘가로 옮겼더라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지인이 제주도에 일하러 갔다고 해서 한 며칠 빌붙어서 놀다가 올 생각까지 했다가 접었다. 나는 금세 기분에 휩쓸려서 순간 계획을 세우고 후다닥 떠나는 여행도 잘한다.
오늘 그럴 뻔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재택근무를 하게 된 이유가 코로나 19 때문이니 적어도 근무지 이탈은 하지 말아야지. 연가를 낸 것도 아닌데 양심은 있어야지.
금요일 오후부터 방구석에 틀어박혀서 온라인 대화만 했더니 오늘은 살짝 기분이 묘했다. 나가서 말 한마디 할 곳이 없다. 늘 그랬지만 그래도 가끔은 딸이랑 이야기할 수도 있었는데 이젠 오라 가라 해서는 안 되는 타인으로 생각하고 내버려 둬야 한다.
집에 오면서 두 가지 원두를 가져왔지만, 오늘은 내가 내린 커피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역시 누군가와 함께 마시는 커피와 맛이 다르다. 호방한 남 선생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곁들여 마시는 커피 맛이 정말 좋은데 아쉽다. 그래도 길지 않은 기간 일하면서 그런 좋은 분을 알게 되어서 감사하다. 나는 인복이 많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좋은 분 몇 분을 알고 있는 것이 내게 큰 힘이 된다.
일이 끝나고 나니 조금 긴장했던 마음이 느슨해지면서 이런저런 이야깃거리가 머릿속을 스친다. 오늘은 히말라야를 모티브로 주고받은 대화 속에 등장한 '닥터 스트레인지' 이야기를 써야겠다. 때로는 쓸 말이 없지만, 때로는 써야 할 이야기가 넘친다. 왜 이렇게 본능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옮기는지 모르겠지만, 이것이 내 숙제인 양 쌓였다가 스르륵 쏟아져나온다. 마르지 않는 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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