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두려움은 생각지도 못한 통증이나 병증에 시달리며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그런 경우를 당하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건강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간혹 당혹스러운 경우는 오늘처럼 뜬금없이 아주 오래전에 교통사고 났을 때 다쳐서 솟아올랐던 왼쪽 정수리 부위에 통증이 느껴질 때다. 이 부분 두피에 아무 자극 없이도 무서운 통증이 찾아온다. 원인도 모르겠고, 뭘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쉬어야지.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 그래도 어느 날 갑자기 닥칠지도 모르는 일에 대해 대비할 것이 있다면, 다른 것은 어쩔 수 없겠고, 지금도 돌아서면 거의 기억나지 않는 많은 잡다한 일을, 그저 잡다한 기억이라도 흘러나올 때 저장해두는 것이다.
완전히 다른 인격의 누군가로 살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계속 변하고 머리는 나빠질 것이고, 기억은 더 보잘것없는 것으로 나앉겠지. 그 많은 소소한 기억이 중요하지 않다면 세상에 중요한 것이 따로 있을 리 없다. 그중에 쓸데없는 것도 있고 간혹 보석 같은 것도 더러 섞여서 스쳐 지나가게 될 것이다. 사금파리같이 간혹 햇빛에 반짝일 기억으로 나를 데려가 줄 뭔가를 빈손으로 건져 올리고 있다.
대화할 상대가 없어서 혼잣말처럼 이렇게 많은 생각이 내 머릿속에서 작은 내를 이룬다. 머리가 좀 아프다. 쉬어야겠다. 오늘 종일 뭘 했는지 억지로 더듬어도 기억나지 않는 부분도 있다.
결국 기록은 기억의 되새김질이다.
*
얼마 전에 딸에게 사준 패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기에 반품 신청을 했다. 그 물건을 반품했는지 궁금해서 전화했더니 받지 않는다. 나중에 전화해서는 친구랑 밥 먹고 산책했단다. 초밥이 먹고 싶었는데 비싸서 연어 덮밥을 먹었단다. 그 입맛은 어쩌면 그렇게 맛있는 것만 찾을까. 돈 많이 벌어서 맛있는 것 많이 사줘야겠다. 뭘 해서 많이 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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