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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0>

돌돌이

by 자 작 나 무 2020. 12. 1.

세상이 변하면 따라 변해야 할 것도 있고, 변하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그것을 구분하여 취사선택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나이는 견고한 갑옷인가?

 

귀가 연한 아이들을 일찍부터 불러놓고 세뇌하는 곳이 허다하다.

아침에 복도 끝에 있는 정수기를 향해 2ℓ짜리 물병 세 개를 들고 간다.

 

세 사람이 함께 쓰는 연구실에서 하루 최대치 소비할 물의 양을 계산해서 부족하지 않게 채워놓는 것이 내 역할이다. 물론 누가 정해준 것은 아니지만 내가 가장 발 빠르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자처해서 하게 되었다.

 

아침 우물가에서 그 아이의 방언 같은 중얼거림을 듣는다. 한때는 관심 있는 말 한마디로 접근하고, 그다음은 자신의 관심사를 종 칠 때까지 늘어놓았다. 그리곤 혼자 걸으면서도 그 시리즈로 설교를 한다. 자신만 알고 있을 것 같은 진실을 내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다.

 

모 유튜브가 말하면 진실이 되고, 다니는 종교집단에서 누군가 말하면 진실이 된다. 나이만 먹은 덩치 큰 아이들은 귀가 얇고 목소리는 크다. 일단 한 가지 진실 아닌 진실이 자리 잡으면 영원불멸의 진리가 된다. 웃으면서 또박또박 반박해준 말에 고개를 끄덕여놓고 똑같이 녹음된 말을 한다. 

 

한 달 전에 미 대선을 앞두고 한 일주일 정도 집요하게 그 아이와 우물가에서 설전 아닌 설전을 했다. 시골에서 세뇌되는 아이는 토호의 비호를 받으며 중세시대를 재현하는 것 같은 이상한 분위기다. 가까이서 보지 않았으면 알 수 없었던 많은 것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게 되었다. 이곳에 가게 된 이유 중 한 가지일까?

 

그전에 내가 그 아이에 대해 한 페이지 넘게 쓴 글에서 그렸던 순박한 그 아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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